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Feb 15. 2024

퇴원하기 좋은 날

<브루스 암요법>을 소개합니다!

퇴원하는 날 침대에 누워 이런 아침 햇살을 누렸다.


퇴원하기 좋은 날이란 게 있을까! 있, 이런 . 기분 좋은 날. 햇볕 나는 날. 봄날!!! 암병동에서 잔 두 번째 밤은 통증이 덜했다. 전날 언니가 온다는 소식에 기분이 업 되어서 통증을 못 느끼는 호르몬이 나왔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약을 먹고 잤는데 어느 날은 통증이 유독 심하고 어느 날은 통증이 확연히 약해진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론은 좋은 기분 좋은 약이다!


퇴원 절차는 천천히 았다. 남편이 오전에 일 때문에 바빠서 오전 11시에 와서 의사와 퇴원 절차를 논했다. 새 처방전을 받으려면 내 의료보험 카드가 있어야 해서 남편이 다시 집으로 가서 카드를 들고 오고 그 사이 남편이 일도 해야 해서 퇴원은 오후 3시가 되었다. 힐더가드 어머니와도 통화를 했다. 언니가 그토록 빨리 다음 주에 온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셨다. 어찌 됐던 우리는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의 민족 아닌가!


퇴원 시간이 좀 미뤄진다고 대수인가. 나에겐 해가 있는데. 오전 내내 등을 훤히 드러내고 햇볕 테라피를 할 수 있었다. 룸메들이 할머니 두 분이시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전날밤 늦게까지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 끝나고 보니 밤 11시였다. 급 죄송해서 오늘 아침 옆 침대 할머니께 사과를 드리니 괜찮다고 하시며 우리는 어차피 같은 배를 탄 동지들이라고 묵직한 감동 멘트를 날리셨다. 보답으로 할머니의 붉은 발톱 페디큐어를 칭찬해 드리자 할머니도 기뻐하셨다.


전날 아이와 걸었던 병원 뒤뜰과 이어진 숲길.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된 오스트리아 암전문의 루돌프 브루스라는 분도 소개하고 다. 나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워서.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이분의 치료법이 나는 맘에 들었다. 일단 무조건 채식. 42일간 본인이 직접 고안한 뿌리채소 주스와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의 환자들에게 단식을 시켰는데 암 치료 효과가 엄청났다고 한다(무려 45,000명을 낫게 했다고). 나중에는 오스트리아 의료계가 이 분을 고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왜겠는가, 본인들 장사가 안 된다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정치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 중 브루스 치료법으로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그의 구명 운동에 나선 것.


내가 주목하는 건 그의 신념과 확신과 성과다. 채식으로 수많은 사람을 암에서 살려낸 그는 다섯 가지 뿌리채소를 직접 짜서 즙으로 만들어 자기 환자들에게 공급했다. 암세포는 먹을거리가 없게 만드는 것. 나이가 들자 브루스는 책을 쓰게 된다.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담은 책 <브루스 암요법 The Breuss Cancer Cure> 집필해서 모든 이들과 정보를 나누려고 하였다. 지금까지 이토록 대단한 책이 왜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되었는지 궁금하다.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엄격한 컨트롤 아래 자신이 고안한 뿌리채소를 만들 수 있도록 스위스의 바이오타 Biotta라는 한 회사와 체결을 맺어 자신의 노하우 그대로 유기농으로 기른 뿌리채소로 주스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 뿌리채소는 당근, 비트, 감자, 셀러리, 무, 다섯 가지다(부지런한 분들은 직접 즙을 만들어 드셔도 좋겠다. 브루스가 추천하는 배율은 비트 55%, 당근과 셀러리 각 20%, 감자 3%, 무 2%다). 그의 비법은 암세포에게 단백질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전쟁 중에 식량 보급로를 차단하는 전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내가 당장 그의 말대로 42일간 단식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브루스 암요법에 가장 적합한 환자는 수술과 항암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치료법은 칼을 대지 않는 치료법이라 불린다.


나는 그렇게 공격적인 단식법은 못 따라 할 것 같고, 채소 뿌리즙만 주문해서 마셔 보기로 했다.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먹어보고 싶었으나 엄두를 못 낸 레시피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브루스 암요법'을 쳐서 검색해 보시길 권한다. 언어가 되시는 분들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중국어로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진작 이 분을 알게 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의 비법 한 가지 만이라도 따라 해 보려고 채소 뿌리즙을 주문했다. 새 항암을 다시 시작한 날부터 마시기로 했는데 그날이 밸런타인 데이였다. 수술을 잘 이겨낸 나에게 주는 선물.



PS. 암에 대한 브루스의 생각은 이러하다.

"암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주로 단백질과 고형 음식(액체가 아닌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해 성장한다."


다시 항암을 시작한 날부터 마시는 브루스의 뿌리채소 주스. 맛은 비트를 찐 맛이 났다. 찐고구마와 비슷한 느낌.







매거진의 이전글 언니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