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대현 Oct 30. 2021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줄거리, 명대사, 해석


인간 실격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 무슨 내용일지 예측도 가지 않았다. 제목이 왜 인간 실격인지도 책을 다 읽은 이후에나 알았던 것 같다. 모종의 이유로 어찌보면 멀쩡(?)한 한 남자가 정신 병동까지 가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줄거리


주인공은 어떤 마담에게 요조라는 사람이 쓴 수기를 전해받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 수기가 적혀 있다. 요조라는 청년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가난을 모르고 살았다. 집에 머슴, 하녀들도 많이 거느렸다. 하지만 요조에게는 인간 공포가 있었다. 사람을 두려워한데다가 아주 내성적이었다. 그 때문인지 어려서 하녀와 머슴에게 순결을 잃었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요조가 인간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익살을 부리는 것이었다. 엉뚱한 짓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며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귀엽고 웃기는 막내동생으로 사랑을 받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웃기고 착한 친구로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요조는 사람을 매우 두려워했고 동시에 그 누구도 믿지 못했다.


요조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집에서 떨어져 지내게 된다. 요조는 그림 그리는 데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같은 화실에 호리키라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 호리키는 '호인' 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술과 여자를 즐기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다. 요조도 자연스럽게 호리키와 같이 술을 즐기면서 창녀들과 시간을 보냈다.


요조는 굉장히 미남이었는데, 수 많은 창녀들과 지내며 여자 다루는 법을 마스터하게 된다. 덕분에 여자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되었다. 요조는 돈이 떨어질 때마다 집에 그럴 싸한 핑계를 대어 돈을 타서 썼다. 하지만 그 마저도 유흥으로 순식간에 다 탕진해버리기 일쑤였다.


요조는 공산주의 운동에도 빠져서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공산주의 운동 대장 노릇을 한다. 가족들에게도 문제아로 전락하고 사회에서도 불순분자가 되어버린 요조는 여러가지 심적 고통을 당한다. 그러던 요조는 카페에서 고독한 한 여인을 만난다. 쓰네코라는 여자였다. 그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낸 뒤 같이 동반자살을 하기로 한다. 둘은 같이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여자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았다.


요조는 넙치라는 사람의 관리 하에 지내게 된다. 가족들은 요조에게 돈을 직접 주지 않고 넙치를 통해서 필요한 만큼만 요조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요조는 탈출을 감행한다. 친구였던 호리키 집으로 피신가지만 호리키는 요조를 받아주지 않는다.


돈이 없는 요조는 호리키에게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요조는 호리키의 집에서 호리키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자신과 어울릴 때 처럼 마음가는 대로 살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약삭 빨랐고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집에서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일을 했으며 부모님에게는 누구보다도 더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요조는 호리키의 가식에 실증이 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요조는 호리키의 만화를 받으러온 잡지 기자 시즈코를 만나게 된다. 요조는 그 뒤에 시즈코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시즈코는 남편과 사별하고 시게코라는 딸과 같이 살고 있었다. 시게코는 요조를 아빠라 부르며 잘 따랐고, 시즈코도 요조를 잘 돌봐주었다.


요조는 시즈코가 제안한 대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점점 요조의 만화는 잘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조도 이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요조가 만화로 썩 잘나가기 시작하자 호리키가 요조를 찾아왔다. 호리키는 요조의 그림 선생님이며 요조와 시즈코를 만나게 해준 장본이라는 점을 들며 거들먹 거렸다. 요조는 호리키의 집에 찾아갔을 때 자신을 냉대해놓고 이제와서 요조를 찾아와 거들먹거리는 것이 화가났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인간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리키와 어울리기 시작한 요조는 다시 술과 창녀에 빠져든다. 결국 돈도 전부 탕진한 것도 모자라 시즈코의 물건을 몰래 전당포에 넘겨서 돈을 받아 그 돈마저 다 써버린다. 하지만 시즈코와 시게코는 그럼에도 요조를 믿어주며 좋아하고 있었다. 죄책감이 든 요조는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 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시즈코의 집을 떠난다.


요조는 마담의 배려로 바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바에 있는 사람들은 익살 맞은 요조를 다 좋아해주었다. 그 경험을 통해 요조는 조금이나마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포를 덜어낼 수 있었다. 매번 술에 취한 채로 찾아가던 담배가게 아가씨와 요조는 친분을 쌓게 된다. 그 아가씨는 매번 요조에게 술을 끊으라고 충고 했기 때문이었다.


18살의 순수한 요시코는 바보 같을 정도로 요조를 믿었다. 그 모습에 요조는 요시코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요조는 요시코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요시코는 정말 순수한 여자였기 때문에 요조가 과거에 저질렀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이야기 해도 모두 장난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요시코는 요조에 대한 믿음이 변하지 않았다.


요조는 다시 만화를 그리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호리키가 요조의 집을 찾아온 어느 날이었다. 호리키와 술을 마시며 어울리고 있었다. 호리카는 요시코가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당황한 듯 요조를 불렀다. 그곳에서 요조는 자신의 만화를 가지러 오는 상인과 요시코가 성관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요조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요시코는 그 후로 요조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요조의 장난에도 웃질 않는다. 술에 쩔어 살던 요조는 수면제를 먹어 자살 시도를 했지만 자살에 실패한다. 그 밑바닥 인생을 타개하고자 요조는 약국을 갔는데 거기서 자신과 같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약국 여주인을 보고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약국 여주인과 사랑을 나누고 그 여주인이 준 모르핀을 맞으며 삶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르핀에 점점 중독 되기 시작하고 결국 약에 중독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요조는 큰형과 아내 요시코, 호리키의 공작으로 정신병원에 갇히고 만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한 달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듣는다. 요조는 자신이 그나마 믿었던 사람들에게도 배신을 당하며 인간으로써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한테 호소해도, 어머니한테 호소해도, 순경한테 호소해도
결국은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의 논리에 져 버리는 게 고작 아닐까

 처세술에 능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공감이 갔었다. 문명사회는 법이 있고 규칙이 있는 정의로운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법과 규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가끔 보면 법과 규칙을 잘지키는 사람보다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이 더 승승장구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서로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나도 살면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기에 많이 공감이 됐던 것 같다. 사람들은 정직한 상처를 주는 사람보다 부정직하면서 가식적인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난 마음 깊숙한 곳에 진실된 관계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식이 정말 싫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가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선한 마음을 품을 수 없다. 앞에서는 즐겁게 떠들며 웃다가도 뒤에서는 욕을 하는 것이 사람의 특징이다.


가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영원하고 진실된 사랑, 우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겉으로만이라도 진실된 우정인 척, 사랑인 척 연기를 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만큼은 기분 상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었던 것 같다. 조금은 씁쓸하다.



이 아파트 사람들 전부가 나한테 호의를 갖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러나 내가 얼마나 모두를 무서워하는지.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주면 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만 하는, 저의 이 불행한 기벽을 시게코한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주인공 요조와 같이 커다란 두려움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호의를 가질 수록 두려움이 더 커지고 가끔 난 그런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멀어지곤 했다. 이런 감정을 보통 사람들도 조금은 가지고 있으려나? 내 경험상으로는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사람을 두려워했던 요조는 당연히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히기 바로 직전에야 거절을 하지 못했던 것이 불행의 원흉이었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은 사람을 반드시 망가뜨린다. 두려움에 굴복하게 되면 삶은 점점 비참하게 변해가게 될 것이다.


작품 속 요조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망가졌다. 사람에게 거절 당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면 삶이 힘들어 진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른 사람으로 부터받는 사랑과 호의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사람들의 사랑도 받지 못할 뿐더러 내 자신마저 망가뜨리게 된다. 그래서 난 사람이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나를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변덕스러운 감정에 휘말리게 되면 내 자신의 삶도 무너질 뿐더러 사람들도 기피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반면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철학을 가진 사람은 사람들이 떠나갈 때도 자신의 철학으로 삶을 견뎌낼 수 있게되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해줄 때도 쉽게 사람들의 호의에 넘어가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아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작품이었다. 나도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요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요조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 의문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인생은 어떻게 사는게 맞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