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금술사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산 책도 아니었고 누나가 사서 읽던 책을 읽었었다.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아주 인상 깊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었나 보다. 올 설날에 문득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게 되었고, 완전히 내 인생책이 되어버렸다.
'자아'를 찾기 위해 인생의 모험을 하는 사람에게 많은 공감과 지혜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행은 어느 누구보다 더 특별하다. 하지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겪어야할 인생의 과정을 낱낱이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은 머리로만 읽는다면 책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다. 가슴과 영혼으로 읽어야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심오한 진리를 담고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있는 말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정말 감격스러웠다.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사람들은 팝콘 장수보다 양치기가 더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양치기는 거주지가 없이 별을 보며 잠이 들지만 팝콘 장수는 지붕 밑에서 잠에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팝콘 장수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팝콘 장수를 하는 삶은 자아실현의 삶을 포기하고 남에게 근사하게 보이는 삶에 불과하다.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자네는 신이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다들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있을지 모르겠다. 오그라들지도 모르지만 운명이 부르는 듯한 직감을 받을 때. 그런데 그 직감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에서 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산티아고가 나비를 보고 보물을 찾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던 것 처럼. 마치 신이 나만 알 수 있도록 암호로 말을 하는 것 같은 희안한 상황말이다. 이 책은 그 표지를 따라가는 것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천지만물은 그것이 창조되던 태초에는 온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져버린 어떤 언어에 의해 만들어졌지.
난 사물들 속에서 바로 이 우주의 언어를 찾는 중이야.
세상의 모든 현상이 하나의 언어로 만들어졌다는 표현. 그리고 이 세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언어가 있다는 가르침은 정말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다. 결국 우리들의 삶은 세상과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행복한 사람일 게요.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알 수가 없다. 지나간 과거 때문에 괴로워 할 필요도,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다. 물론 이게 가장 힘들다. ㅠㅠ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보물도, 우리들의 코 앞에 놓여있는 '행복' 이라는 것도.
연금술사는 마지막 결말까지 나의 심금을 울렸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평생 양치기로 살아온 삶을 버리고 표지가 알려준 대로 보물을 쫓아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숱한 고난과 죽을 고비를 넘기고 피라미드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보물이 사실 자신이 살던 집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삶도 산티아고와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우린 각자 자신 만의 보물을 찾아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어려움과 환난을 만나지만 결국 그 끝에 우리가 간절히 찾던 것은 사실 우리 마음 속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 여정이 헛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어쨌든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