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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 Jul 30. 2023

백남준은 왜 튤립을 이렇게 많이 그렸을까?

2023 대구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회화 아닌>

어느때보다도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른 시대다. 비디오, 영상이 발전하면서 이제 그림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덕분에 그림의 세계가 더욱 넓어졌다.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회화의 범위가 어떻게 해서 넓어졌는지 대구미술관 2023년 소장품 기획전 <회화 아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섹션1 확장하는 눈에서는 단면적인 회화에서 벗어나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각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건데 섹션1에 들어서자마자 화가 이강소의 작품이 눈에 띈다. 처음 봤을 땐 이게 뭘까?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29분 45초 길이의 이 비디오 영상은 작가가 물감을 적신 붓으로 모니터 화면에 천천히 그리는 행위를 보여준다. 평소 실험적 작품을 많이 시도한 이강소는 이번 작품을 통해 회화의 너머 그림의 본질을 나타냈다. 그러니까 완성되어진 그림만이 회화작품이 아니라 이렇게 그려나가는 과정까지도 회화의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백남준 <TV Tulip>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고개를 돌려보니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 유명한 백남준의 작품인데 그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라고도 불린다. 시선이 저절로 돌아갈 만큼 화려한 꽃들이라니. 그런데 왜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튤립들을 그린걸까? 17세기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면서 개인들의 과시욕구가 치솟았다고 한다. 당시 튤립이 귀한 꽃이자 부의 상징이었고 귀족들은 더욱더 희귀한 튤림을 가지기 위해 점점 더 값을 높이 주고 샀다. 결국 이 튤립의 가격이 저택 한 채의 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뛰어 올랐고 튤립버블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다 한순간에 튤립값이 폭락했다. 백남준 작가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경제 버블로 평가되는 현상 이면에 일어났던 부조리함을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낸다.      

 



 섹션2의 제목은 ‘펼쳐진 시간’이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시간의 개입이다. 최근 미디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동시다발적인 순간들을 포착하고 겹쳐지는 시,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오정향 <기억 재생을 위한 환등상>


임창민 <Ambiguous scene_Teshima>


    

정정주 <굽은 복도>

오정향 작가의 <기억 재생을 위한 환등상>은 관람객인 제가 발자국 위치에 서면 동작감지 센서를 통해 접근을 인식하고 영상이 구동된다. 이런 걸 인터랙티브 미디어라고 한다. 1960년대 대구 최초의 아파트 동인아파트를 볼 수 있는데 어떤이에게는 향수를, 어떤이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현재는 철거되어 사람들의 기억속에 있는 이 아파트를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통해 담아낸다. 우리 일상 속에서 보았을 법한 물건들을 풍경으로 등장시켰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 현재의 나와 옛 기억을 소환시키는 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의 흐름과 변화가 한 미디어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만하다.

           


마지막 섹션은 경계없는 세계다. 컴퓨터를 기본 도구로 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 실재와 가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 녹아들게 되고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세계가 캔버스 위에 펼쳐진다.



유현미 작가의 이 작품은 언뜻보면 회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사진이다. 이 작업의 과정을 알게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선 작업을 위해 일정 공간을 설정해서 사물들을 배치한 후 사물과 공간 전체를 석고로 하얗게 색칠했다. 그리고 그 위헤 유화 물감을 덧칠하는데 여러겹으로 채색해 거친 질감이 느껴지도록 한 후에 이것을 사진촬영했다. 그럼 3차원의 공간이 2차원처럼 보이게 된다. 조각과, 회화, 사진을 통해 초현실적 상상력을 자아내는 유현미 작가의 작품들은 눈길을 끌었다. 미술과 기술의 만남이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를 통해 예술적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느낌을 특히 이 작가의 작품에서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번 전시의 전체 맥락과 궤를 같이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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