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허무를 그린 에드워드 호퍼
호텔을 사랑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가 있다. 요즘 젊은층 사이에선 몇 안되는 볼만한 전시로 불린다는 그의 전시회는 인기가 좋다. SSG닷컴 광고에도 나오고 헤이즈가 '헤픈 우연'이라는 곡에서도 이 화가의 작품 세계를 오마주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호퍼다.
호퍼는 호텔이나 호텔 같은 장소를 주요 주제로 하는 여러 작품들을 그렸는데 그것은 고립, 성찰, 일시적인 현대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관련이 있다. 호퍼의 그림 속 호텔은 인간의 감정과 대인관계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소재다. 그는 호텔을 배경으로 고독한 인물들이나 그들 자신의 생각에 잠긴 커플들을 묘사하고 도시 환경에서 경험되는 외로움을 표현한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임시적인 손님들이 생활하는 호텔, 임시 숙소는 현대 생활의 허무함과 익명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호퍼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나이트호크스》(1942)다. 호텔을 배경이라고 해석되어 온 심야 식당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각각 4명의 인물이 카운터에 앉아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하며 커플마저도 서로 분리된 고독감을 안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밝고 인공적인 조명은 쓸쓸함과 고독감을 더하고 폐쇄적인 공간에 갇힌 느낌을 강조한다.
호퍼의 또다른 중요한 작품인 <호텔룸>은 빈 호텔방 침대 중앙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메모쪽지 같은 것을 보며 고독한 모습을 보인다. 곧 떠나야 하는 사람의 무기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그림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고 여자의 감정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호텔방은 자기성찰과 사적사색을 위한 공간이 된다.
호퍼가 호텔을 자신의 작품의 주 소재로 잡은 이유를 정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 함께 사색적인 성향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변한 미국의 20세기 모습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호텔'이라는 공간은 글쓴이인 나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나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말해 피난처다. 혼자 혼캉스를 즐기는 1인 이기도 하다. 호퍼에게도 호텔은 그런 공간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예술적 뮤즈이자 피난처였던 호텔. 공허함과 인간의 본질적 고독감을 묘사할 수 있었던 예술적 소재다. 고립과 단절이라는 단어가 관통하고 있는 현시대에 왜 우리가 호퍼의 전시회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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