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is 뭔들 (서핑의 고장)
2018년 7월, 첫 퇴사 때 썼던 글. 이제야 발행한다.
벌써 4년 전인데 나는 그 이후 한번 더 퇴사를 한 뒤 세번째 회사에서 또다른 퇴사를 꿈꾸고 있다.
그때는 알았을까? 내가 이렇게도 불안정한 9년차를 걷고 있을 줄을 말이다.
흥분과 희망으로 가득 찼었던 첫 퇴사여행 때를 추억하며 꽤 어렸던 나에게로 Let’s go back i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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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홀로 떠난 여행.
아무 계획도 없이 ‘발리’, ‘서핑’ 이 두 가지만 생각하고 티켓먼저 끊었던 여행은 10년전 호주를 시작으로 3년동안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던 21살의 패기와 감성을 다시 찾아준 계기가 되었다.
인도양의 에메랄드 빛 짠기와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머금은 내 피부는 뒤적뒤적 대충 구운 삼겹살처럼 얼룩덜룩하게 그을려졌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에너지 넘치는 시간을 보낸 흔적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의 휴가를 원했기 때문에
1. 한국사람이 거의 없고 2. 가장 발리스러우며 3. 다양한 문화 background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감
이 세가지가 나의 여행지의 조건이었고 Main Activity는 오로지 서핑, 그리고 서핑이었다. (약간의 맛사지와 엄청난 현지 음식, 빈땅은 기본)
6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발리를 오롯이 느끼기에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단기간 배운 실력으로 제법 서핑보드에서 일어나 파도를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발목에 감은 리쉬(leash) 줄에 의지한 채 발이 닿지도 않는 깊이에서 파도에 휩쓸려도 다시 꾸역꾸역 보드위로 기어 올라오다 보니 물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Good wave를 Catch할 수 없을 땐 그냥 보드 위에 엎드려 아름다운 발리의 전경을 바라보며 둥실둥실 떠 있으면 된다. 그렇게 멍때리고 있자니 ‘여유’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가 뭔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Rapture Surf Camp에 머무는 동안 스페인, 브라질, 독일, 스웨덴 등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술도 진탕 마시고 같이 서핑도 하고 계획에도 없던 우붓 로드트립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이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가치다. 비싼 리조트에 누워 인생사진만 찍고 풀 메이크업에 살이 탈까바 물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신상 비키니 자랑하며 썬베드에 누워만 있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지만, 나는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삶을 사는 Adventure가 최적화된 사람인 것 같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정신차리고 새로운 곳에서 쳇바퀴를 열심히 밟아야 하지만 발리에서 얻은 충만한 에너지로 누구보다 빡세게 그리고 더 재밌게 쳇바퀴를 밟을 수 있을 것 같다.
(서핑은 한국에서도 계속 할 생각이다. 발리도 또 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