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독후감 쓰기, 백일장 등 학교에서 하는 글짓기 숙제를 할 때가 고통이었다.
억지로 한 장 한 장 원고지를 채웠고 누군가 내 글을 보는 게 싫었다.
글을 쓰는 과제는 내게 늘 스트레스였고, 학교에 다닐 때는 몇 달에 한 번씩 다가오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벤트들이 싫었다. 사실, 싫으면 관심도 없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싫다 하면서도 계속 의식은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나의 글을, 그리고 글을 쓰는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학교 대표로 백일장에 참가해보라고 하셨고, 괜히 가슴이 뛰었다.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뭔가 글 쓰는 대회에 나가도 되는 인정을 받은 느낌을 가졌다(사실 대표라기보다는 지원자가 없어서 그냥 자원하기만 하면 학교에서 추천서를 써주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백일장에 나갔.....
다면, 내가 3년 후 내 미래를 알았다면..
내게 다른 계획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ㅎ
나는 미술대회에 나갔다. 그때의 난 화가가 되고 싶었고, 여전히 나에게 내 글쓰기는 형편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내 진로에 대해 아직 미숙했던 내 머리를 나름 열심히 굴려보고 내 꿈을 수정해야 하는 걸 깨달았을 때,
가고 싶은 과가 없는 상태로 대학교 입학 지원서를 쓸 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두려워했던 글을 읽고 쓰는 과제가 많은 국문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약 10년 후,
글을 한번 써보겠다고 자판을 두드려보고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도, 내 글을 누구에게 보이는 것도 사실 아직도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간신히 글을 써보겠다고 한 게 책을 읽고 약간의 감상평을 첨가해 브런치에 올리는 방식 이었고, 부담감을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이런 시기를 맞았다.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같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시기에 봉착하게 되면서 문득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 내가 그토록 피하고 도망쳐온 일을 수행하는 것이 내 삶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게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나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는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