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생일이다.
당일에는 약속이 있을 것 같아 하루 앞당겨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 정자에서 서현으로 갈아타야 하니
판교에서 내리는 것이 편하겠다 싶어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판교 현백에 도착하자마자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주차 전쟁이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자리를 찾았다.
차를 세우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이미 내 마음속에는
이 복잡한 곳을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딸들은 향수를 보겠다며 Byredo 매장으로 갔다.
손목에 몇 가지 향을 뿌리며 서로 맡아본다.
금방 살 것 같아서
나는 말했다.
“있는 거 쓰고 다음에 사자.
향수는 금방 날아가더라.”
명품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Louis Vuitton 앞에도,
Celine 앞에도.
속으로 생각했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명품 매장 앞은 예외인가.
딸이 셀린느에서 벨트 하나를 보고 싶다며 줄을 섰다.
엄마랑 쇼핑하는 걸 싫어할까 봐
나는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
벨트 가격에 놀랐다.
우리 때는 50만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8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상하게도 이 백화점에 오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너무 넓어서인지, 사람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애라 언니 생각이 났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언니.
Miss Gee Collection 매니저가
신상 몇 벌을 들고 주차장으로 나오면
언니가 차 안에서 그대로 받아가던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없는 언니.
그래서일까.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기 말고 AK Plaza로 가자.”
결국 우리는 판교를 떠나 서현으로 향했다.
인생네컷도 찍었다.
예쁜 표정을 짓느라 분주한 서로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웃었다.
AK플라자를 천천히 둘러봤다.
딸에게 코트 하나 사주고 싶었다.
그런데 겨울 옷은 이미 다 들어가 버린 뒤였다.
그냥 가자며 주차장으로 나오던 길.
Coach 매장 앞에서 내가 말했다.
“엄마가 예전에 너한테 어울리겠다 생각한 옷이 여기 있었는데…”
큰딸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코치 많이 고급스러워졌대.
디자이너 바뀌고 나서 다들 그러더라.”
“그래?”
우리는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디건도 입어보고 재킷도 입어봤다.
거울 앞에 서 있는 딸을 보니
그 재킷이 참 잘 어울렸다.
“이거 하나 사줄게.”
딸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 너무 비싸.”
“좋은 거 하나 사주고 싶었어.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이잖아. 그냥 해.”
딸이 거울을 다시 보며 웃었다.
정말 예뻤다.
팔 길이가 조금 길어 수선을 맡기고
집으로 택배를 부탁했다.
주소를 남기는데
내 이름과 같고 전화번호도 비슷했다.
매니저가 자기 이름표를 보여주며
전화번호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편백나무 찜을 준비했다.
야채를 썰어 주었더니
딸 둘이서 예쁘게
차돌박이에 야채를 말아 두었다.
알배추에는 쭈꾸미와 굴을 올리고
숙주나물 위에는 차돌박이 야채말이를 얹었다.
차돌박이 야채찜,
굴찜,
쭈꾸미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편백나무 향이
식욕을 더 자극한다.
식탁에 딸들과 마주 앉아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나눴다.
티라미슈와
Starbucks 커피도
오늘따라 더 맛있었다.
재킷 한 벌보다
오늘 이 시간이
딸에게 더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