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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미 May 02. 2019

온라인, 오디언스, 장기적인 프로세스

콘텐츠와 사회운동 5화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은 정치적 측면에서 활동 방식의 변화 또한 가져온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변화로 뉜다. 바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가 조직화 중심에서 오디언스 형성 중심으로, 단발적인 액션 중심에서 장기적인 프로세스 중심으로의 변화이다. 




오프라인 → 온라인


앞에서 설명했던 바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에선 오프라인 수행이 필수적이지 않다. 모든 활동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적에 따라 배치되고, 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된다. 그러나 이는 오프라인 수행이 부차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전략은 오히려 이를 강화하고 적절한 단계에 배치시키는데 주력한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전략에서 오프라인 영역과 온라인 영역의 비교

오프라인 수행은 전체 과정 안에서 어떤 이점이 있을지에 따라 실행된다. 콘텐츠의 소스로서 강연, 토론회, 캠페인, 집회 등이 기획될 수 있고, 온라인에 형성된 오디언스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한 세미나, 컨퍼런스, 페어, 구독자 파티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콘텐츠를 통해 어떤 사안의 쟁점을 알리고, 모금하고, 중심을 형성하여, 집회와 같은 구체적인 직접 행동을 제안해나갈 수도 있다.


한편 이 모든 것이 콘텐츠의 소스로서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진행 과정을 그려낼 수도 있고, 특정한 기획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콘텐츠는 온라인 영역에서의 채널과 활동가의 영향력 증가로 이어진다. 온라인 영역에서 특정한 이니셔티브를 획득하고, 이를 다시 사회운동과 선거운동에 활용할 수 있다.



활동가 조직화 → 오디언스 형성


이 시리즈에선 콘텐츠 기반의 사회운동 전략에 있어 오디언스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해왔다. 사회운동의 활동 방식은 누구를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활동가 재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진 사회운동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특정한 한계를 넘어서기 힘들다.


오디언스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대중 형성에 주목한 사회운동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채널 형성을 통해 이 대중과 소통할 통로를 구체적인 형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운동에서도 일종의 채널 형성 과정은 이루어지고 있다. 기득권 정당은 수많은 레거시 미디어들과 시민단체를 통해서, 진보정치는 노동조합과 여러 사회운동단체들을 통해서 정치적 메시지를 유통시키고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특성상 정치에 필요한 자원과 영향력은 의회에 진입한 기득권 정당들을 통해서만 획득, 확대, 재생산되고, 거대 미디어나 포털 사이트는 이들의 메시지만 통과시키는 채널로 변질되고 있다. 반면 진보정치는 꾸준히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단체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채널을 구성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거나 내부적인 영향력만 주고받는 소규모 독립미디어에만 주목해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유튜브 채널로 이동해 큰 성과를 얻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이들이 독자적인 채널을 구성하기 시작한 건 박근혜 정권의 몰락 이후 보수 정치가 활용할 수 있는 언론 창구가 극도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를 만든다고 보수정치의 유튜브 이동은 새로운 정치적 집결지나 수입원·후원처로서 기능하며 보수정치가 성장할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수정치인들이 가진 기존의 영향력도 작용했겠으나 역시 진보정치가 활용해야 될 기회를 놓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홍준표는 유튜브 시작 6일 만에 구독자 10만, 조회수 200만을 달성했다.

채널 형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도달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이다. 도달 가능성이란 타겟 오디언스에게 도달할 기회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통제 가능성이란 콘텐츠를 보여주고 오디언스를 확보하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해도, 채널 정책이 폐쇄적이고 자주 변경된다면 콘텐츠나 수익 등에 있어 자유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핵심 채널을 소셜 채널에 두지 말고, 직접 소유하고 통제가능한 사이트에 구축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만 구축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기존 사회운동의 온라인 활용 방식은 이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 페이스북은 수익을 공유하지도 않으며, 광고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콘텐츠 노출이 어려운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페이스북을 떠나는 이유를 사회운동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발적인 액션 → 장기적인 프로세스


기존 사회운동 프로세스는 흔히 발생→동원→대응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인 전략의 수행성은 낮아지고, 각각의 사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지며, 지속성이 낮아져 쉽게 성과가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금방 휘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의제 선정과 기민한 대응은 분명 기존 사회운동가들이 가진 강점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 역시 분명한 편이다.


콘텐츠 기반 사회운동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의 제작 및 발행 주기가 정해져야 하고, 이에 따른 기획과 측정, 그리고 평가를 반복한다. 이러한 사이클은 제작 능력이 갖춰짐에 따라 더 단축될 수 있겠지만 이 프로세스는 꾸준한 피드백 과정을 구조 자체에 지니고 있다. 또한 콘텐츠 프로세스는 전략 단계에서 구체적인 미션 스테이트먼트와 콘텐츠 전략, 가이드라인과 톤 앤 매너를 지속적으로 준수하고 업데이트할 것을 요청한다. 개별 콘텐츠의 기획 단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단발적인 액션에만 집중한 사회운동은 기본적으로 수비의 정치politics of defence일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가 더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지, 미래를 새롭게 구성하는 데 주목하기 어렵다. 어떤 집회에 깃발 들고 얼굴 비추는 일만이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정권이 정책을 어떻게 더 나쁘게 만들지 기다리거나, 자발적·즉발적·지역적인 사회운동과 그 승리의 경험을 넘어, 충분히 지속가능하고 미래적인 대안alternative을 만들어갈 전반적인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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