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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Sep 26. 2023

지구가 아무래도 엄마인 것 같다

(1) 포스트-(       )

사람은 언제나 공존보다 절멸을 택했다. 어쩌면 택한 것이 아니라 그게 능력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운명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선택은 결국 인류에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기후재앙, 기후 위기, 기후 재난 등의 단어들이 발명된 지 100년 정도가 된 2112년 12월, 사람들은 그동안의 ‘기후재앙’들은 기후재앙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구는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인류를 오랜 기간 인내로 기다렸고, 그만하면 되었다는 크고 작은 신호를 수백 차례 보내왔다. 절반 정도는 신호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이미 너무 많았고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화조차 소소한 수준이었다. 지구는 결국 다른 생명들을 위해 아름답지만 오만한 인간을 저버려야 했다. 아니, 저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믿어 보는 것이기도 했다.


자애로운 그녀는 끝내 바람과 물, 땅을 설득하여 동시에 지구를 흔들었다.


나는 요즘 땅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엄한 어머니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낸다. 흙은 온갖 생명을 길러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배불리 먹이려고 한다. 호혜와 선물을 주며 대부분 자애롭지만 신뢰를 어겼을 때는 호되게 가르친다. 나도, 엄마도, 할머니도 땅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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