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밤 Jun 04. 2024

행복해질 수 있어

(1)-포스트 (        )


“안녕하세요, 설명회 오시나요?”'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와 말했다. 바다는 기어가다가 말고 뒤를 돌아봤다. 친절하고 여유로운 그 표정이 옛날의 것 같아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는 대답은 하지 않고 조용히 입모양을 읽었다.      


“<마음 연못 프로그램> 설명회요. 오늘 동사무소에서 있는 거 못 들으셨어요?”


바다는 평소처럼 침묵했다. 하지만 눈으로 듣고 있다는 신호를 받았는지 그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기 멀리서 보니까 어디 가시려다가 쓰러지시던데요. 심적으로 많이 힘드시죠? 낫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니까 설명회 들으러 오세요. 그럼 조금 이따 뵐게요.”


‘마음.. 연못 프로그램?’


  바다는 형편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텐트에 들어갔다. 아직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있는 것이 느껴지자 몸이 오소소 떨렸다. 달리지도 못하고 쓰러지던 자신의 모습을 곱씹어본 그는 진정되면 설명회에 가 보기나 하자며 생각했다. 이렇게 심각한 정신상태를 어떻게 낫게 바꾼다는 것인지, 그에게 신뢰는 없었지만 호기심이 있었다.     


  몸의 떨림이 차츰 잦아들 무렵 바다는 텐트에서 빠져나와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 유리문에는 이미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마음연못 프로그램 설명회, 2층 대강당, 행복을 되찾으세요. 필요한 정보를 스캔한 바다는 설명회가 이미 한참 진행 중일 거라고 생각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도착한 대강당에는 불이 꺼지고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는지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출입구에는 경찰이 서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바다는 경찰의 어깨를 툭툭 치고 들어가도 되겠냐는 손짓을 했다. 경찰이 그에게 뭐라고 말했지만 꽤 어두운 상태여서 입을 읽기는 어려웠던 터라 그냥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다는 경찰을 향해 자신의 귀를 한 번 가리킨 후 엑스표시를 하고 앞으로 들어갔다. 바다가 지나간 후 경찰들끼리 뭐라고 말했지만 그건 알 바가 아니었다.


커다란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영상에는 자막도, 수어 통역도 없었기에 바다는 영상의 내용을 감으로 이해해야 함을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감으로 알아챘다.



작가의 이전글 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