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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Jan 31. 2024

비질

직접 목격하는 것


그곳의 먼지가 콧속에 박혀 코딱지로 굳어졌다. 음식을 먹는데 향이 오묘하게 섞여 있다. 머리카락으로도, 손톱 밑으로도 무언가를 들고 왔다.


그곳에 존재했다는 것은 곧 푹 담가졌다는것이다. 내 감각과 피부로, 모공으로, 온갖 구멍으로 그곳의 소리와 향과 기운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또한 섞였다는 것이다. 끈끈하게 닿은 곳에서, 또 공기를 타고 그의 세포가 나와 함께 왔고 나의 세포가 그와 함께 도살당했다.


트럭 속과 트럭 밖이 아니었으면 했다. 애도의 대상이 당신들이 아니라 당신들이 죽어야만 하는 이 컨베이어벨트이길 바랐다. 그대들은 어리고 작았다. 그대는 싫지 않은 눈으로 고개를 자꾸 들어 시선을 맞춰줬다. 당신은 허기졌음에도 먹지 않았다. 당신은 놀라고 무서워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살이 맞닿은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냄새를 맡고 핥아주었다. 그게 당신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제야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대가 끌려가고 밀쳐지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손을 흔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죽음을 잠시라도 늦출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당신들과 친구가 되어 밖에서 만나는 상상을 했다. 목격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을 알았지만 간 것은 일종의 약속이며 다짐이고 뛰어듦이다.


내 호흡에 들어있는 당신들의 숨은 내 집과 당신들이 끝을 맞이한 도살장이 연속되는 한 세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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