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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람 Jul 20. 2018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6.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말기암 아버지

민간 구급차는 병원간의 이송뿐만 아니라 스포츠 대회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축구,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등 수많은 스포츠 대회 등에 의료지원을 많이 나간다.     


그중 기억에 많이 남는 의료지원이 있다.

아버지께서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하여 구급차와 의료인을 대기 시켜달라는 것 이였다.    

호스피스에서 출동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내가 말기 암이라 몸이 많이 안 좋아요. 결혼식을 하는 2시간동안만 옆에서 대기해주실 수 있어요?”


많이 아프신 아버지께서 아들 결혼식을 참석하기 위해 구급차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다소 무거운 상태로 호스피스를 도착하여 병실로 들어갔다.

결혼식 참석을 위하여 진통제를 투여 받았다는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큰 경사인 결혼식에서 혼주역할을 하기 위하여 많이 마르고 머리카락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양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계셨다.    

외소하여 품이 많이 남은 양복을 입은 아버지께서는 다소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지만 가는 동안 상기되어 있는 얼굴로 아들의 결혼식을 참석하시는 것이 기쁜 것 같았다.


우리는 호스피스에서 1시간정도 되는 거리의 결혼식에 도착하였고 대기 중인 신랑과 신부를 만났다.

아버님과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아들과 며느리는 참으로 선해 보이고 인상으로 오늘의 주인공임이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결혼식을 하는 동안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위하여 식장 제일 끝 뒷자리에 서있었다.


신랑 행진과 신부행진, 주례사 등 결혼식이 순서대로 진행되었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순서차례, 아들과 며느리가 절을 하자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시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 서있는 아들은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는 듯 얼굴을 찡그리는게 보였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아프지만 참석하기 위해 내린 결정에 다들 많은 생각이 떠올랐으리라.    


식이 정상적으로 끝이나고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사가 불렀다.

“신랑분 가족분부터 와주세요. 가족사진 찍으실게요”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는 아버지께서 다리에 힘이 풀리셨는지 휘청하셨다.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놀라 부축하였지만 아버지는 자리에 주저 앉으셨다.

나와 구급대원은 움찔하여 다가가려 하자 힘들지만 아버지께서 팔로 의자를 잡고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 가족사진을 꼭 찍고 싶으신 마음이시라.

무사히 끝내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우리는 존재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사가 하나 둘 셋을 외쳤다.

의자에 앉은 아버지께서 사진사의 셔터소리와 함께 미소를 지으셨다.

얼마 남자 않았다는 아버지의 말씀처럼 마지막 가족사진이 될지도 모르는 사진.

내 머릿속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며느리가 액자에 걸린 사진처럼 박혔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버지께서는 지치고 힘들어 식장에 더 이상 있기 힘드신지 숨이찬 목소리로 우리에게 전화를 하셨다.


“결혼식에 오신 손님들한테 인사를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있겠어요. 다시 병원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구급대원과 나는 아버지를 구급차 안으로 모셨다.

많이 힘드셨는지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80%, 마스크로 산소를 드리면서 혈압 등을 측정하였다.

숨쉬기 힘든 와중에도 무사히 잘 끝냈다고 생각하셨는지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우리 며느리 예쁘죠? 둘이 잘살겠죠?”

자식의 결혼식에서 뿌듯함을 느끼시는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네 그럼요. 정말 잘 사실 것 같아요”    


다시 호스피스로 모시는 길 큰 행사를 끝내고 나오셔서이신지 병원에서 나왔을 때 보다 컨디션이 나빠진 모습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기 전 결혼식을 서둘러 했을 아들과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으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어쩐지 이 결혼식과 내가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소중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나 당연할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 거리적인 문제 등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가족의 마음이 얼마나 아쉽고 아플지 상상해본다.


어느 누군가는 당연히 서있는 자리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한 것임을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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