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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람 Mar 30. 2019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9. 고혈압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병원에서 SAH(지주막하출혈)환자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도착하여 인수인계를 들었다.


46세 공장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외국인 노동자이신데, 한국에 오신지 얼마 안 되서 한국말을 잘 못하세요. 현재 혈압 180/110으로 뇌CT상에 SAH(지주막하출혈) 확인 됩니다. 보호자분은 같은 공장에 일하는 외국인노동자신데 환자분보다 한국말을 조금 더 잘하세요.”


 SAH는 지주막하 출혈로 뇌 표면의 혈관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오심, 구토, 두통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손상 받은 뇌의 부위에 마비나 무감각뿐만 아니라 말하기가 어려워 질 수 있는 질환이다.     


한국말을 못하신다고? 그럼 어떻게 의사표현을 하지? 라는 생각에 좀 더 한국말을 잘한다는 보호자분께 말했다.


“구급차 타시고 큰 병원 가실 거예요”


내가 말하자 굉장히 유창한 발음으로 말씀하셨다.


“네, 알아요. 빨리 가주세요”


보호자분은 환자분께 파키스탄어로 추정되는 말로 전달해주셨다.    

구급차에 타서 혈압을 모니터하자 175/115 높은 수치다. 병원에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였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 환자분은 침대에 누워 모니터에 있는 수치를 보더니 물어보셨다.


“My Blood Pressure High?”


 다행이다.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영어였다.


“Yes, normal Blood Pressure is up to 140/90”


못하는 영어지만 모니터에 나와 있는 숫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your BP is very High”


그러자 이해하였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쉰다. 

아마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았을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두통이나 코피 등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타국에서 일을 하시다 큰 병이 되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셨다. 많이 닳고 닳은 지갑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신다.


환자분과 아내분, 아들 둘과 막내 6세쯤 되보이는 딸 사진이였다. 


파키스탄에 두고 온 가족들이 많이 생각나시는 듯 했다. 


내가 감히 생각건대 한 가족의 가장으로써 내가 아프면 가족들은 어떡하지 라는 마음. 


한켠을 도려낸듯한 착잡하고 서글픈 마음.


먼 나라에서 오신 환자분은 이 많은 무게를 안고 사시느라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아니 모른척하면서 버티셨으리라.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리고 돌봐야할 자식을 생각하며 어쩔 땐 뿌듯하기도 서글프기도 하셨겠다는 생각을 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가 잔인할 만큼 차갑고 힘들다는 것을 겪고 나서 알게 되었다.    


보고싶은 가족들을 보지 못하고 많은것을 희생하며 한국사회에서 적응해나가야하는 외국인 노동자분들의 애환을 우리가 십분의 일이라도 이해할수 없을것이다.




다행히 환자분은 병원에서 산재보험이 적용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근로자로서 노동 관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온 자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받을 수 다고 하지만 절차가 많이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한다.


제도적으로 이들을 위한 치료나 보상등 많은 뒷받침이 필요하다 생각되었다.    

해마다 500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숫자일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써 외국인 노동자분들의 산재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다양한 언어로 홍보자료 및 통역본으로 산업재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모쓰기 적절한 근무시간 등 안전 수칙도 꼭 지켜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가 예방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한명의 생명이 치료를 받는 것에 차별 없고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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