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보람 Jun 26. 2018

구급차 속 세상

출동번호 2. 이놈들아!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밤 11시 40분


다급한 목소리로 출동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서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하시고 걷지를 못하시고 온몸을 떠세요. 빨리 와주세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자 30대 남성이 아파트 앞에 나와 우리에게 손짓한다.


 “아버지께서 계속 헛소리 하시고 이상하세요. 빨리 올라가주세요”


엘리베이터에 이동카트를 의자로 변형하여 11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를 기다리느라 문을 활짝 열어놓은 집으로 들어가자 할아버지께서 누워 눈을 반쯤 감고 몸을 조금 떨고 계셨다.


 “미친놈들아 내가 아파죽겠다는데!! 나를 집에다 가둬놓고!!”


함께 출동을 나간 임상에서 10년이상 근무하여 응급상황 대처가 빠른 남편이 말하였다.


“mental change(의식변화) 오셨네”



mental change는 의식 상태의 변화로 5단계로 나눈다.


Alert : 각성상태 - 정상적인 상태

Drowsy : 기면상태 - 수면에 빠지려는 상태, 큰목소리에 반응하고 비교적 정확한 대답을 들을수 있는 상태

stupor :  혼미상태 - 의식이 혼탁하며 강한 자극시 약한 반응은 보이나 정상적인 반응은 아닌 상태

semicoma : 반혼수상태 - 상당히 강한 자극에는 반응 하나 그에 대한 행동은 하지 못하는 상태

coma : 혼수상태 - 어떠한 강한 자극에도 반응이 없는 상태


나는 보호자에게 물어보았다.


“평상시 혈압이나 당뇨 있으셨어요?”

“혈압은 없고 당뇨만 있으세요. 빨리 A병원에 가주세요”

혈압계로 혈압을 재기 위해 몸부림치시는 할아버지 팔을 잡고 커프를 감았다.

 

“싫다 이놈들아! 내몸에 손대지마! 잡것들아”


발버둥 치시며 외치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보호자분이 우리에게 화를 내셨다.


“아니 지금 그거 잴 시간이 어딨어요! 빨리 병원에 가야지. 이 사람들이 진짜!”    


위급한 상황에 소중한 가족이 아픈 경우 보호자분들도 초조 불안하여 의료진에게 화를 내시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구급차안이나 현장출동 장소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흥분한 상태에서 구급대원을 때리는 일을 많이들 뉴스로 보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여 환자의 케어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남편이자 구급대원이 보호자분을 말리시고 나는 의료진으로써 말했다.


 “보호자분, 환자분께서 지금 저혈당 때문에 mental change가 오신 것 같아요. 지금 vital sign(활력징후: 혈압, 심박수, 체온, 호흡수) 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격앙되어있는 보호자 분에게는 우리  말이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원래 다니시던 병원에 전화하셔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저희는 바로 이송 시작하겠습니다.”


계속 몸부림치시는 환자분을 구급차 안까지 모셨다.     

구급차 안에 타자마자 혈압, 산소포화도 등 모니터를 달고 혈당측정을 하였다.


혈당수치 45mg/dl , 아니나 다를까 저혈당이였다. 


구급차 뒤 함께 앉아 계신 환자의 아내인 보호자분께 물었다.


“혹시 오늘 식사 안하셨거나 약을 더 드시거나 인슐린주사를 더 많이 맞으셨어요?”

“아니... 요즘 살이 너무 많이 쪘다길래 밥을 조금 줬더니 반공기만 먹었어요”     

 


연세 드신 당뇨 환자분들 중 식사를 하신 줄 깜빡하시고 밥을 안 드시고 약을 드신다거나 평상시보다 식사량을 적게 하실 경우 저혈당에 빠질 수 있으며 굉장히 위험하다.
저혈당에 빠졌을 경우 가볍게는 공복감, 손 떨림, 불안함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쇼크로 의식을 상실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팔을 알콜솜으로 소독하고 혈관주사로 10% 포도당 수액을 연결하였다.

수액을 연결한지 10분쯤 지나서 혈당을 재자 100mg/dl으로 올라왔고 곧 할아버지께서는 진정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보셨다.


“여기가 어디야?”

“구급차 안 이예요. 혈당이 떨어지셔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있어요”

“내가 당이 떨어졌었어? 집에서 성당 나섰을 때 이후로 기억이 잘 안나”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아내분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난 당신이 귀신들린 것 마냥 막 헛소리하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아내분께서 안도의 한숨을 내셨고 계속 포도당 수액이 연결된 혈관주사와 모니터를 확인하였다.

혈당수치도 계속해서 정상수치를 유지하였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선생님께 최초 발견 시 증상, vital sign, 시간대별 측정한 혈당수치, 수액 연결한 시간, 처치 등을 설명하고 출동기록지에 의사 서명을 받고 응급실 밖으로 나왔다.


오는 내내 보조석에 앉아 뒤를 쳐다 보시던 아들은 우리에게 소리치신 게 내심 계속 마음에 걸리셨는지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소리쳤네요”


“아닙니다. 당연히 당황하시죠. 저혈당에 빠지시면서 의식변화로 그러셨습니다. 다음부턴 식사량과 운동량을 꼭 알맞게 하셔야 하세요”


미소를 짓자 보호자분께서도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진짜 감사해요. 저흰 당때문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보호자분이 건내신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남편과 구급차에 탔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였다.


밤 01시 05분


작가의 이전글 구급차 속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