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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불거

42.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by 회색달


변동 불거.

교수들이 25년, 한 해를 정리하며 고른 말이다.

흐른다, 변한다. 그런 뜻이라고 했다.


보통 딱딱했던 말과는 달랐다. 부드러웠다.

나도 그 말을 붙잡아 봤다.


올해는 유난히 빨랐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진다는데

정말인가 싶었다.

정신 차리면 또 하루가 지나 있었다.


억울한 일도 있었다.

화를 참느라 숨 막힌 날도 많았다.

그래서 더 빨리 끝났으면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시간이 멈추진 않았다.

기억하기 싫다고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아팠다.

매 순간 바늘이 찌르는 것 같았다.


근데,

지나고 보니

그건 상처라기보다는

틈 같은 거였다.

잠시 멈춰 보라는 신호.


생각해 보

순간 덕분에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흐르라고.

흘러가면서 배우라고.

그렇게 들렸다.


흘러간다.

시간도,

감정도,

억울함도.

선명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씩 흐려진다.


붙잡지 말아야지.

달라지는 건 없다.

대신 조금은 가벼워자.


변화는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가 아니니까.

내 안에서 일어나는 파동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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