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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Jul 03. 2024

여행의 의미

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오늘이라는 삶은 처음 살아서 그렇습니다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하는 독서카페가 있다. 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시간 권을 발급받으면 꼭 자리를 창가에 맡는다. 건물 창이 서쪽으로 열린 덕분에 저녁 시간 건물 사이로 비치는 노을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거실 창은 동쪽이라 아침 해를 보면서 일어나고, 저녁에는 이곳에서 오늘의 마지막을 보고 있으니 이 도시가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이곳은 밝기가 개인 공부방 밝기다. 창문 밖 조망권 'lover'로써, 자리를 앉기 전 휴게실에서 내린 커피 한잔이면 기분까지 금세 좋아진다.


 어딜 가더라도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같이 노을이 길게 펴진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밤늦도록 야근하던 예전의 나보다는 행복 한 편일터다.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30대 초까지만 해도 여행을 자주 갔다. 당일치기로 바다를 갔다가 돌아온다던가, 하루 혹은 길게 열흘 까지도 떠나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떠나기만 해도 즐거웠다. 그래도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매번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다 여행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여행이란 삶의 아주 짧은 순간이라는 것과 여행에 너무 몰입하게 되면 현재를 소홀히 여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행은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여행처럼 사는 삶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여행지에서 눌러앉아 살라고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아닐 것 같다. 처음 떠났을 때의 흥분감이 사라질 테니까.


오랜 시간 누워 있느라 내 머리와 몸의 크기에 맞추어 적당하게 굴곡을 만들어낸 침대와 팔걸이가 뜯길 만한 데도 천몇 조각으로 버티고 있는 거실의 소파, 몇 년째 같이 지내는 화분까지. 하나 둘 세어보면 막상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낯선 감정보다는 익숙함에 녹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만큼 지금 나의 삶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리라.


결국 여행이란 '여기에서 행복 하라'는 의미와, 어떻게 해야만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라는 시간은 아니었을까?.


기억 속 가장 긴 여행은 열흘짜리였다. 집에 돌아와 거실과 침대, 집안 곳곳의 먼지를 쓸어내느라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여행은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현재 터전에서 힘을 비축해 놓고는 다시 떠나야 제맛이다.


 창 밖으로 지나는 차들을 보며 설레는 걸 보니, 다시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앞으로도 창으로 보이는 세상에 대해 글을 쓰려한다. 얼마나 많은 창을 만날 수 있을지 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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