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없습니다.
기다렸던 봄소식은 들판 위의 꽃이 들려줬습니다. 기다렸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 예년보다 더 멋지게 개화했습니다. 나는 보고, 향을 맡으며 지금의 봄을 마음껏 만끽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봄은 길지 않았습니다. 작렬하는 태양과 거센 바람, 비가 내렸고 하나, 둘 빛을 잃어 갔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봄은 떠났습니다.
봄은 내가 들 위에 물을 주지 않아도 꽃을 피웠습니다. 태양과 비와 바람은 내가 막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꽃은 개화했고, 다시 사멸했습니다. 분명 내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봄은 오고 꽃은 필 겁니다. 내가 할 일은 꽃을 피우기 위해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꽃은 지더라도 다시 핍니다. 상실의 아픔과 고통, 불행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불행은 어제이고, 행복은 지금입니다. 우리는 지금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나의 삶의 개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시간을 모른 척하고 보내주는 것. 봄이 귀띔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