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해성집
강릉에서 파도소리 안주삼아 한 잔 하면 올라오는길에 중앙시장 해성집에서 땀을 빼고 올라갔다. 일상의 묵은 생각을 올라가기 전 얼큰하고 칼칼한 삼숙이탕 국물로 쏟아져 나오는 땀 속에 흘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동지역은 장국베이스를 고추장을 사용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구수하고 칼칼해서 좋다. 해성집처럼 강릉에 가면 동네 노포집이나 골목의 허름한 대폿집을 기울이는 이유가 일상의 고단함이 오래 입어 익숙해진 티셔츠의 얼룩처럼 딱 달라붙어 동해의 시원한 파도소리로는 좀처럼 빠져나가질 않는다. 그래서 푹푹 삶아 빨래방망이로 치대 얼룩을 빼듯 땀을 빼고 노포의 얼큼함과 친숙함이 있어야 한다.
일 년에 두 어번 학교강의가 있어 강릉엘 간다. 일부러 두 어시간 일찍 도착해 한적한 강릉의 오전골목을 걷다 문을 막 열고 주인양반의 도마소리가 나는 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늘 계획하는 여행은 기대에 부풀고 분주하지만 우연히 즉흥적인 잠깐의 여행은 느긋하고 짜릿하다. 하루하루 우리의 일상도 불현듯 찾아가는 강릉처럼 아주 조금만 서둘러 푹푹 삶아 묵은 때 빠지는 시원함을 즐기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음식 맛, 낡은 그릇들이 “나도 아직은 쓸만해”라는 안도감... 곱게 늙어가시는 주인 분들을 보며 “나도 저분들처럼 예쁘게”...라는 편안함을 얻기에 강릉 해성집은 일상의 고담함을 달래기에 좋은 집이다. 물론 술꾼들에겐 천국 같은 집이다.
고단함과 숙취가 동시에 해결되니 얼마나 시원할까? 그래서 오월의 해성집은 더 매력적이다.땀을 뺏으니 다시 오래입어 늘어졌지만 편한 티셔츠에 얼룩 묻히러 또 올라간다. 편안함이 익숙해서 돌아갈까? 너무 비워 허전해서 다시 가는건지 모르지만 집이 생각나는걸 보면 여행을 잘하긴 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