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우릴 떠난 시대에 삶을 바라보다.
어느 항공사 광고의 카피문구가 화제다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매년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나던 나는 벌써 3년째 한국을 지키고 있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고 여행이 가지는 여유로움을 만끽하지 못한 날이 오래되었다.
지쳐버린 지금의 시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상을 꿈꾸게 한다.
알랭드 보통의 - 여행의 기술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고 하였다.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의미는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나에게 여행은 내 삶의 의미에 그 행복을 더하고 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나의 여행은 내 삶의 다른 조각을 찾는 여행이다.
우리는 사진에 찍힌 짧은 순간을 바라보지만 삶은 사진 속 작은 손짓과 눈빛, 표정, 포즈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은 짧은 순간으로 전하지만 내 사진 속의 순간은 롤랑바르트의 그것을 꼭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존재와 부재의 그 어느 경계선에서 삶으로 이어진다.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취하는 모든 포즈와 행동은 사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잠깐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우리는 눈으로 상황을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기억한다,
그 짧은 기억들이 내 사진에 남아 길 위에서 스쳐 지나던 여러 삶을 바라보게 한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나는 내내 떠나지 않는 그 사람들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 순간도 그 공기도 나는 기억한다.
내가 여행의 과정에서 부여하는 가치는 타인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하나의 장치로서 조각과 같은 이미지로 남겨진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 우리의 여행도 이제는 시작되려 한다.
긴 터널의 끝에서 나는 다시 삶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려 한다. 이렇게 이어진 우리의 삶도 그 끝에 서 있다.
나는 거창하게 시대를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되기보다 작지만 소중한 삶을 지켜봐 주는 사진가로 남고 싶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그걸 지켜봐 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 작은 시선이 소중한 우리의 삶을 기억하게 한다.
길 위에 스쳐가는 삶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