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영광을 실어 나르던 모카항
'모카(Mocha)'는 예멘 남서쪽 해안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의 이름입니다.
에티오피아 제국시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 생산된 양질의 커피를 수출하는 수출항으로 알려진 이 항구의 이름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모카커피'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가 즐겨 마시는 '모카커피'는 통상적으로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의 맛을 첨가한 커피를 뜻하며 충분히 익은 커피 열매만을 수확하여 출하를 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그 맛도 훌륭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예멘의 수도 사나를 떠나 호데이다, 하이스, 마프락에서 타하라 사막을 지나 모카로 들어섰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은 엄청나게 불어대는 모래바람이었습니다. 트럭 뒤에 탄 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을 얼굴까지 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모래가 얼굴을 때려 모카의 바다는커녕 발밑을 보고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제국의 영광을 실어 나르던 모카항은 환경의 변화로 이제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모카는 예멘커피의 주요 수출항이지만 예멘에서의 커피 수출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연중 수확이 가능한 커피 재배에 기후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영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몬순(계절풍)으로 인하여 선적 시기에 영향을 받아 커피가격 변동과 커피 재배자와 Imam (종교지도자)의 이익 변동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카에서의 커피무역은 공급과 항해의 어려움, 불쾌한 기후, 모카 지배자인 이맘(Imam)의 변덕 등이 교역 상인들에게는 기항하기 가장 나쁜 항구로 인식되면서 모카항은 서서히 쇠락하게 되고 호데이다와 아덴에게 수출항의 명성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커피가 지배하던 모카항은 이제 환경이 지배하는 곳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하루종일 몰아치는 바람에 걷기조차 힘들고 모래에 뒤덮인 폐허 같은 마을과 지난날 아잔이 울려 퍼지던 모스크의 미나렛은 이제 을씨년스럽게 느껴집니다. 매일 같이 그렇게 바람이 불어와 모래를 쌓아놓는 그 마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그들은 왜 거기서 살까, 왜 떠나지 않을까,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어쩌면 모카 사람들도, 그곳을 떠나는 것을 평생소원으로 간직한 채 살뿐, 사실은 거기 살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그 자리에 오래된 집터와 무너져가는 건물들만이 한때 번영을 상상하게 합니다.
1. 2009년 2월, 16일간 예멘을 여행하면 촬영한 사진과 그때 썼던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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