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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Feb 29. 2024

막상 해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인생을 발목 잡힐순 없지

3개월 전의 기록.




고작  곳의 플랫폼과 계약하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무슨 인증서 오류가 생기고 전자 서명 업체가 그 사이 시스템이 바뀌어 또 오류가 고 막상 제대로 붙잡고 들여다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자꾸 하기 싫어서 외면하다가 계약 완료까지 몇 달이나 걸렸다.


원래 많이 미루는 편이었는데 방송 일을 할 때만은 예외였지만 오히려 출판사라는 내 사업을 하면서는 더욱 그런 일이 많았다.


당장 오늘, 다음 주, 혹은 다음 날이라는 마감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원고는 아직 입고되려면 멀었고 내 글은 자꾸 외면하고 싶어지고 이런저런 일정 핑계로 해야 할 일들을 미루며 거의 일 년이 지나갔다.


특히 플랫폼 계약은 어려운 일도 아닌데 계속 오류가 나서 미루고 미루다가 교정 볼 완고가 들어온 후에야 해결할 수 있었다. 기간은 고작 이틀. 몇 달 동안 미뤄 온 일을 마감하니 뿌듯하면서도 허탈했다.


계약을 위해 인증서 오류를 해결해야 했는데 시내 은행에 가야 하지만 시내가 복잡하고 주차를 잘 못해 거길 나가는 게 그렇게 싫을 수 없었다.


운전 4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이 있는 동네 대형마트 주차장에 주차한 날,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고작 차로 5분 거리 동네 마트에 주차하는 걸 이렇게 오랫동안 못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은행에 가고 우체국에 가고 또 다른 은행에 가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뭘 내려고 나는 그렇게 돌아다녔다.


아마 비슷한 과정을 거친 1인 출판사 대표 대부분은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플랫폼에서도 계약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건 처음이라고 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중간에 인증서 뭐가 또 안 돼서 결국 은행에 전화해 원격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 얘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머리 위로 물음표가 뿅뿅 솟아나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2년 전 즈음 방송 일을 그만둔 후로 나사 여러 개가 한 번에 풀린 사람처럼 계속 누워 있는 인간의 정체성을 갖고 살았다. 무언가를 계속 하긴 하지만 틈만 나면 누우려고 했다. 


그동안 내 안의 무언가가 너덜너덜 해져 있었고 그 시간은 그걸 기워내는 느린 회복의 나날 아니었을까 싶지만 표면적으로는 그저 게으른 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 게으름을 깨는 게 힘겨워서 몇 달씩 미뤄온 일을 출간을 앞두고 더는 미룰 수 없어 볶아치듯 해냈다.


특히 첫 책인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육현희)는 출간 일보다 북토크 날짜를 먼저 잡아서 이펍 수정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기도 하고...



평생 능동적인 몰입의 기억은 없이 수동적 몰입만 하고 살아왔고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그걸 알았지만, 이제라도 능동적 몰입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끌려가듯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작년 12월 전자책 에세이를 두 권 출간하고 지난달 영어 그림책도 출간했다. 담담글방을 검색하면 책과 북토크, 소소한 뉴스 기사까지 다양한 이벤트의 기록이 나온다.



느릿느릿하면서도 출간작들을 보면 하나의 할 일을 끝냈다는 만족감이 든다.


브런치 이웃으로 만난 Starry Garden 작가님과의 인연으로 커피문고에서 '면접 보러 가서 만난 여자'(서인주) 북토크도 하고 역시 브런치 이웃인 '안녕' 작가님의 '로컬사무소 공공공'에서 아우야요 작가님의 영어 그림책 'Muah, muah!' 북토크도 진행했다.



아우야요 작가님을 처음 만난 곳도 브런치니 이곳에서 좋은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더 많은 플랫폼과 계약해야 하고 출간해야 할 들도 더 많은데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닌 일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겠다.  



https://brunch.co.kr/@pgiung


https://brunch.co.kr/@nolda


https://brunch.co.kr/@starry-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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