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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Jan 26. 2024

수동적 글쓰기

어쩌면 나는 수동적 몰입만 해왔던 만큼, 글쓰기도 수동적으로 해왔는지 모르겠다.



방송작가로 글을 쓸 때는 특히 그랬다. 글쓰기는 밥벌이의 수단이었지만 방송을 하지 않을 때는 그래서 더욱 글쓰기가 싫었다. 몸을 쓰는 직업이었다면,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 고단한 몸으로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역시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노트북을 켤 때 어떤 기대감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텍스트와 씨름하고 돌아와 밤에도 노트북을 켜는 일이 힘겹게 느껴지곤 했다. 비슷한 얘기를 선후배 작가들이 종종 곤 했다. 방송 작가 하면서 글을 써서 다른 장르의 글로 데뷔한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현업에서 질려 자기 글을 자꾸 미루게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렇게 환경이 세팅된 상황에서만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에 막상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일을 쉰다고 해서 바로 다른 글쓰기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 또한 꽤 오랜 기간 써야지, 써야지, 그런 마음만 갖고 살았었다. 매일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방송에서 앵커나 성우의 입을 통해 내 글이 나가고 나면 그 역할은 이미 끝나버린다.


나의 글만 따로 떼어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그 다큐 내레이션이 너무 좋지 않았냐며 회자되는 경우도 없다. 드라마의 명대사 같은 것이 아니다.


열심히 오래 글을 써도 내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방송 글을 쓸수록 진짜 내 글에 대한 욕구도 커지곤 한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자기 글을 쓰고 싶어 하면서 생계로 방송 일을 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작가들의 경우가 그랬다.




수동적 글쓰기만 해오다가 능동적 글쓰기, 다시 말해 누가 글을 쓴다고 돈을 주지도 않고 어서 글을 쓰라고 재촉하지도 않는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글을 쓰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매일 쓰기는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분량이나 내용은 쓰고 있지 하다.


여전히 글도 그렇고 내 일에서도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긴장감이 많이 부족하다.


생방송을 앞두고 원고를 쓸 때는 사적인 카톡을 볼 여력도 없고 딴생각을 할 틈도 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혼자 앉아 글을 쓰거나 일을 하면 자꾸 산만해진다.


좀 더 긴장감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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