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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Jul 08. 2022

생일

올부터는 명절 외에 형제들의 생일날 형제 모임을 갖기로 했다.1월이 생일인 남편과 막내 제낭은 우연찮게 같은 날짜이고 셋째 여동생은 3일 뒤로 1월에 3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그리고 3월, 5월, 7월, 9월, 11월로 홀수달 2개월에 한 번씩 정식모임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번개모임을 갖기로 했다.


오늘은 내 생일. 퇴근하고 집에 가서 남편과 함께 식사 장소로 가는데 퇴근할 때부터 시작한 장대비가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을 무섭게 내렸다. 우중에 다들 무사히 도착해서 예약된 식탁에 앉았는데 남편이 오리를 좋아해서 한 때 식당 운영의 꿈까지 꾸었던 생 오리구이가 아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주물럭과 생오리구이를 주문했다는데 양파를 듬뿍 넣어서 양념을 한 생오리구이가 나왔다. 게다가 당도까지 높아서 남편이

"이 집은 정말 오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 와보고 다음부터는 오지 않겠는데...."하고 한 마디 한다. 그래서 내가 옆에서

"오리집을 당신이 해야 하는데..."하자

"맞아. 내가 오리집을 해야 손님들이 많이 올 텐데...."하고 한 수를 더 뜬다.  

예약을 한 셋째 여동생이

"사실은 오려고 했던 곳이 이 집이 아니었어. 요 옆의 유명한 오리고기 집이었는데 하필 오늘이 정기휴일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이 집으로 예약을 한 거지."

애당초 가려던 식당은 훈제 오리고기와 찰밥, 들깨수제비가 기본으로 나오는 식당인데 여동생의 직원들과 함께 자주 가는 곳이란다. 코스가 너무나 괜찮아서 그 곳으로 가려고 했었다는 말을 듣고 7월 남동생 생일에는 아예 그곳으로 가기로 잠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예약석으로 주물럭을 올려놓은 자리에 많은 손님들로 메워지자 남동생이

"야, 이 집이 옆집 정기휴일 덕을 톡톡히 보는데... 평소에는 그닥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인데 오늘은 미어지네."한다.


아들과 딸, 삼둥이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사위에게서는 그 바쁜 와중에도 축하 문자가 날아왔다. 아들은 삼촌, 이모들과의 식사비를 자신이 결재하겠다고 해서 나중에 직장 잡고 내도 늦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라고.

딸은 엄마가 바빠서 미역국도

 못 끓여먹고 아빠와 둘이서만 계시는 줄 알고 전화했는데 삼촌, 이모들과 함께 있다니 너무나 잘 되었다며 매우 좋아라 한다.


딸과 사위 덕분에 평생 쓸 수 있는 도마로 명인이 만들었다는 도마를 딸의 것과 함께 주문했다. 다음 주 생일과 클락에서 들어와 정착하게 될 딸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딸에게 좋은 도마는 필수가 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삼둥이들의 축하 메시지도 이어졌다. 막내 지원이는

"할머니, 생일 축하해요."하더니

"내일 갈게요."한다. 우리집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수지로 올라간 뒤로 지원이는 계속 할머니에게 데려다 달라며 졸랐다더니 울 지원이 마음은 늘 내일 내려올 기세다. 전화할 때마다

"내일 갈게요."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니 다행히 비가 잦아들었다. 형제가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니 식사비는 모아진 회비로 내되 각자 선물은 하지 말자고 했었다. 그런데 막내가 언니들의 선물을 화분으로 준비해 왔다. 큰언니인 나에게 줄 화분은 거실에서 키우라고 해피트리를 샀단다. 하얀색의 화분에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 곳으로 내려오기 전 수지에서 마지막 아파트로 분양받았던 힐스테이트 입주 때에도 막내가 벤자민을 선물했었는데 근 10년 가까이 잘 키웠다가 이 곳에 내려와서 데크로 내놓은 바람에 풍채가 좋은 벤자민을 살리지 못하고 안타깝게 포기해야만 했었다.


주변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 쌓여 있다 하더라도 거실에서 키울 것들은 들여놓고 예쁘게 키울 생각이다. 울 막내의 언니를 위한 깊은 뜻을 저버리지 않도록 해피트리를 예쁘게 키워서 막내가 올 때마다 흐뭇하게 해야겠다.







도마와 해피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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