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옥임 May 28. 2024

산다는 것

갈등의 연속

산다는 건 '갈등의 연속'이라고 예전에 블로그에 시를 쓴 적이 있다. 산다는 것 자체가 갈등이라고....


요즘에 삶 자체가 갈등이라는 사실을 더욱 절감한다. 몸은 그지없이 편안한데 왜 마음이 이리 편치 않고 편치 않은 갈등이 수시로 파도를 탈까? 시시각각 소용돌이 치고 겉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인지...


덕분에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내 모든 것을 통째로 하나님께 맡겨버리는...... 내 중심을 보시고 나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그리고 내 마음을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안도감보다 아프고 안타까운 모습에 많이 힘들었던 한 달 남짓 1학년 기간제교사가 내일이면 여름 방학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교실 물 속을 잔뜩 흐리게 했던 철이의 쌍둥이 누나인 민이가 등교하자마자 앞에 나와 작은 주머니를 슬쩍 내민다.


"선생님, 편지 썼어요. 그리고 선물도 들어 있어요."


쉬는 시간에 꼭 읽어보라며 건넨 주머니를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서 편지를 꺼내어 읽는데 또박또박 예쁘게 쓴 글씨로 보아서 민이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쓴 편지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 들어있는 선물을 꺼내보니 플라스틱 반지다. 민이가 끼면 딱 맞을 분홍색 리본 모양에 빨강, 파랑 점박이가 박혀있는 반지를 보면서 울컥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선생님께 드리겠다고 가장 예쁜 반지로 골랐을 민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편지와 선물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주머니에 넣어 서랍에 넣어두는 모습을 민이가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는지 앞으로 나온다.


"선생님, 내일이면 선생님과 헤어지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울었어요."라는 부끄럼이 많은 민이 말에 꼬옥 껴안아 주었다.

"민이야, 편지와 선물 고마워. 선생님과 헤어져도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긴급투입이 되었던 출근 첫날, 뒤에 앉아있던 쌍둥이 동생 철이에게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하고 잠자코 맞고만 있던 민이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었다. 


교실에서 무섭게 난동을 부리는 동생을 볼 때마다 우리 민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를 힘들게 했을 동생의 모습과 몹시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어린 민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철이도 철이지만 민이도 많이 힘들 거라는 내 말에 민이를 염려하던 엄마였다.


"맞아요. 우리 민이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요즘 온 가족이 철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바람에 민이는 뒷전이었거든요. 그런데도 늘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도와주는 아이예요."

 

교실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난폭꾼 철이보다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는 민이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후벼팠던 이쁜 아이다. 자칫 눈을 가릴 만큼 긴 앞머리의 민이는 눈만 깜박거리며 존재감이 전혀 없던 가슴 아픈 아이. 부디 아프지 말고 밝이쁘게 자라기를 기도했다.  

픽사베이의 사진 다운받음

입학할 당시 자존감이 매우 낮았다는 엄마의 말씀대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소극적이었던 철이가 무섭게 돌변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반 친구를 때려서 상대 아이의 엄마가 경찰에 신고를 해버린 바람에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어린 철이가 가해자라고 결정이 나왔고 친구인 피해자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분리 조치를 받고나서 철이의 모습이 급변했다고 한다.


1학년 철이는 친구와의 단순한 다툼이었을 텐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아이들이 싸우면서 크지요. 염려 마셔요"하고 내 아이가 귀하면 다른 아이도 귀하게 여겼던 그 옛날 지혜로운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이 그리운 오늘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속 한 장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