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평선 Feb 12. 2021

2. 육아 스트레스 극복? 기

엄마 공부하셔야지요?

  애가 순해서 애 키우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잠투정을 하거나 이유 없이 울어서 당황했던 적이 여러 번 있어서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기가 주는 기쁨은 마법과 같아서 모든 힘든 상황을 잊게 했다. 그래서 둘째를 낳고 야심 차게 내 의사를 밝혔다. 째가 20개월, 둘째가 4개월 때이다.

" 나 공부할 거야. 독서지도사 자격증 갖고 안 되겠어. 예전부터 국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제대로 공부해 보려고. 방송통신대는 집에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어렵지 않을 거 같아."


  신학대학 선후배로 만난 남편과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 지역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독서지도를 해왔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독서지도사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땄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이 느껴졌다.  


  "하고 싶으면 해. 그런데 아이 둘 데리고 괜찮겠어?"


 책 읽고 공부하는 것을 평생 업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은 공부한다고 하면 얼씨구나 맞장구를 쳐준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했나? 그런데 말리기는커녕 해 보라고 부추기는 남편의 응원에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면 교육적으로도 좋잖아.'

이렇게 야심 찬 심을 하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 러. 나.

연년생 육아는 육아 자체만으로도 버거웠다. 첫째에 비해 둘째는 까다롭고 예민했다.  첫째는 기저귀가 흠뻑 젖어 겉 옷까지 젖었어도 배만 부르면 혼자서도 잘 놀았다. 그러나 둘째는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깨고, 기저귀가 조금 젖도 용납치 않았다.

첫째는 분유를 먹을 때도 꿀꺽꿀꺽 5분이면 끝난다. 바쁜 일이 있어서 먹자마자 안고 뛰어도 뛰는 동안 트림 시원하게 하고 뛰는 자체를 즐겼다. 그러나 둘째는 먹는 것도 2~30분은 족히 걸리조심스레 등을 토닥여도 트림을 하면서 다 게워댔다. 그러면 분유를 다시 먹여야 한다. 을 자다가도 기침을 하며 먹은 걸 토 하루에 옷과 이불 빨래만도 몇 차례씩  해야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학우들은 그룹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나도 신청을 하여 아줌마들로 구성된 모임에 일원이 되었다. 그룹스터디에 가기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큰애는 걸리고 둘째는 유모차에 태우고 갔다. 다행히 모임에 나온 학우들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분이 둘이나 었다. 하지만 나처럼 둘을 데리고 온 학우는 없었다.

그 날 공부를 한 건지 아이와 술래잡기를 한 건지 모르게 넓은 홀을 돌아다니는 큰 애를 잡으러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로 그룹스터디는 포기했다.

또한 둘이 잠자는 시간이 다르니 내가 온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시간도 안된다.


  첫 학기 학점이 나왔다. 다행히 낙제는 없었지만 위태로운 점수 한숨이 절로 나다.

'그냥 포기할까? 애만 보기도 힘든데  애 키워놓고 할까?'


  막상 포기하려고 니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 둘을 데리고 쩔쩔매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내 삶에 포기란 김장할 때 빼고 없다. 갈 때까지 가 보는 거야.'


  둘째 학기부터는  공부 전략을 다시 세웠다. 

주일날 시험을 는 과목은 피하고 4-5과목만 신청을 했다.  친구, 지인들과의 만남은 방학 이후로 미뤘다. 그리고 급한 일 아니면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최대한 이용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집안일은 조금 소홀히 하기로 했다. 남편의 도움도 거절하지 않았다. 설거지 하면서 방송용 테이프를 듣고 빨래를 개면서 TV로 하는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갈 때도 내 귀에는 이어폰이 꽂있었다. 최소한 3번 듣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악착같이 이용하였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게 했다. 예쁜 옷보다 혼자 입고 벗기 편한 옷으로, 혼자 신고 벗기 편한 신으로 사주었다. 아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미용기술을 배워 손수 머리를 잘라 주었다. 밥 먹는 것도 일찌감치 스스로 먹게 했다. 앞치마에 먹다 흘린 것이 가득 차면 빨아주고 씻어주면 되었다. 장난감 스스로 정리하게 했다. 놀다가도 정리하기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은 커다란 박스에 장난감을 정리한다. 노래를 빨리 부르면 신나 하면서 더 빨리 치운다. 그러면 스티커를 보너스로 받기 때문이다.

 밤이면  6권의 책을 읽어 준 뒤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어주고 스스로 잠들게 했다. 둘은 음악을 들으며 손을 꼭 잡고 잠을 잔다.


  결과 나는 5년 만에 방송통신대를 졸업할 수 있었고

육아 스트레스를 받으며 육아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아이만 키우다 보면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퇴보하고 있는 거 아냐?'라는 무력감에 빠질 수 있지만 난 그럴 새가 없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어야 했고 수업용 테이프를 들어야 했다.

오히려 쌓여가는 학점과 학과 책들이 나를 뿌듯하게 했고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는 엄마, 멋진 엄마로 인식이 되었다.

 

  책을 고 있으면 "엄마 공부하셔야지요?" 하며 둘이 조용 놀아 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곁에 와서 엄마처럼 그림책을 보고 있다. 어린아이 둘이 그림책을 보며 열띤 토론도 한다.

아이들의 눈빛이 사랑스럽다.


빨래  널기를 함께 하는 우리 가족


매거진의 이전글 1.연년생으로 낳기를 잘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