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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평선 Aug 25. 2021

마스크 벗어 봐요!

어르신과의 첫 만남은 까칠했다.

  어르신의 OK 사인을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댁 어르신은 방문 요양사 면접을 본 후 1시간 뒤에 통보를 한 하네요.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자녀는 몇이나 되는지 등을 물으신 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한마디 던집니다.


"마스크 벗어봐요."


기하는 동안 어르신의 이력에 대해 들었습니다.

어르신의 이력 대단다.

연세는 85세, 국문학 박사시며 초등교사 생활 30년, 유치원 원장으로 10년,  OO대학교 사무처장으로 은퇴....

건강하던 어르신은 5년 전 장기요양 4등급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일정 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은 보행이 불편하시며 무엇보다 대인 기피증이 심하다고 니다. 인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르신은 요양사 면접을 보고 1시간 후 합격 여부 통지를 한다는 것입니다. 유치원 원장으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면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르신을 만나고 온 지  1시간 후. 보호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부터 와 주세요.'


 어르신 댁에 도착하여 출입구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스마트 장기 요양 앱에 출근 태그를 찍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앱에 스마트폰을 대면 요양서비스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음성이 들립니다. 어르신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머니, 안녕하요? 지난밤엔 평안히 주무셨요?"

어르신은 대답 대신 두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뿌잉뿌잉을 해 주십니다. 첫 만남을 시작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후의 인사법입니다. 막내아들에게만 했던 인사를 요양사에게도 해 주십니다.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세가 커지니 방역 수칙 준수에 대한 당부가 연일 카톡을 타고 날아옵니다.

"코로나 4단계입니다.  마스크 착용 필수, 어르신 댁에 도착하자마자 손 씻기, 외부인과의 접촉삼가주세요."

폭염으로 더운 날들이 계속되어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합니다. 두를 위한 일이기에 기꺼이 더위를 참아야 합니다.


며칠 전입니다.

태그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가 소파에 앉 어르신이  자기 낯선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질문을 합니다.

"누구세요?"

"......"

덜컥 겁이 납니다. 어르신의 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나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어머니, 저예요. 지난밤 평안히 주무셨어요?"

평상시와 똑같이 인사를 합니다.

"마스크 벗어봐요."

마스크를 벗고 가까이 다가가 그제야 반갑게 웃으며 뿌잉뿌잉을 합니다. 마스크를 쓰면 낯선 사람 같다며 일할 때 마스크를 벗어 달라고 합니다. 보호자의 동의하에 철저히 소독 마스크를 벗습니다. 웃는 얼굴이 좋다며 마주 보웃어줍니다.


시원한 마음으로 어르신 주변을 정리해 드립니다.  밤새 땀 흘린 어르신을 위해 목욕도 해드립니다. 더운물로 어르신 몸을 닦아드리다 보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힙니다.

어르신이 조용히 속삭니다.


"마스크 끼고 일하면 더 힘들까 봐 내가 못 알아본 척한 거야."


땀방울이 등을 타고 시원하게 흘러내립니다.

어르신의 배려에 올여름 더위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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