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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Koo Feb 04. 2023

당신이 젊은 작가라면

젊은 작가들을 사랑하는 갤러리스트의 소소한 기록

당신이 젊은 작가라면


내가 기획한 첫 전시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 중이었던 2011년에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의 봄 컬렉션 론칭 홍보를 위해 진행한 현대미술 작가 7인의 그룹전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며 주로 젊은 작가들과 협업을 해왔다. 젊은 작가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열정적인 에너지가 좋아서 개인 컬렉션 또한 주로 국내의 젊은 작가님들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6년 금천예술공장에 가서 ‘전시 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이라는 강의를 해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 7년이 지났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추가해 글을 쓴다. 갤러리 디렉터의 시각에서 젊은 작가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본다.


아티스트는 어떤 사람이지?


아티스트(작가)는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사람이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사유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시대를 앞서는 선각자의 철학과 태도를 보인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시간도 있지만 대중과도 소통하며 자신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자신의 작품(창작물)이 거래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는 매우 소수이다. 작품이 판매되어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각오가 필요하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계속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작품 활동과 알바를 겸하고 있다. 갤러리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하며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일을 한다.


공모, 레지던시, 기금


미술계 안에는 각종 이벤트가 열린다. 전시 공모, 미술상, 국내와 해외 레지던시 모집 공고, 서울문화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기관에서 진행하는 기금 공모 등 매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수상이나 합격이

안됐다고 좌절하여 포기하기보다는 탈락의 이유를 분석하여 (될 때까지) 재도전을 권한다. 또한 먼저 전시 공모에 합격하고 기금을 받은 적이 있거나 레지던시에 합격한 경험이 있는 선배와 동료 작가들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공모에 지원하는 서류들은 아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니, 친분이 있는 독립 기획자나 큐레이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획자와 함께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으니 팀플레이가 가능한 파트너와 평소에 아이디어를 미리 나누는 것도 필수!


SNS 해야 할까?


나는 주로 작가 리서치를 SNS를 통해 많이 하는 편이다. 책이나 잡지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면 가장 먼저 작가의 웹사이트와 SNS를 검색해 본다. 아티스트는 자신이 곧 브랜드이기 때문에 반드시 작업과 전시 포트폴리오를 홈페이지, 블로그, SNS를 통해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인스타그램의 경우에 자신의 일상(가족사진, 반려동물 사진, 먹방)과 작업 사진을 마구 섞어서 포스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보다는 사적인 일상과 작업 계정을 분리하기를 권한다.


포트폴리오를 갤러리에 보낼까?


갤러리에는 우편으로 미대 졸업 전시 도록을 비롯한 많은 도록이 오며, 이메일로도 작가님들 포트폴리오를 받는다. 과연 내가 우편으로 도록을 보내면 갤러리 관계자가 자세히 볼까?  포트폴리오를 보낸 이메일은 스팸으로 삭제되는 거 아닐까? 이런 궁금증으로 포트폴리오 공유를 꺼리는 작가님들이 있다. 답을 드리자면, 보내주시는 모든 우편물과 이메일은 자세히 보고 있고, 메일로 받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함께 전시와 아트페어 참여를 준비 중인 작가님들이 지금도 있다.


과감한 시도와 실험


젊은 작가라면 작업의 매체, 기법, 장르 전반에 과감한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회화작가니까, 나는 도예가니까, 나는 사진작가니까, 하나의 장르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해서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대중이 나와 잘 소통하는 방식을 찾았으면 한다.


소통


평소에 작업의 방향과 철학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동료와 멘토를 만나서 소통하기를 바란다. 동료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비평가들은 미술계 안에서 계속 협업을 하는 관계이므로 자주 만나서 현재 내가 하고 있고 계획 중인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전시와 출판, 다양한 프로젝트의 불씨가 시작된다. 창작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작품 세일즈


경력이 길지 않은 젊은 작가는 작품 판매가 가장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끔 SNS 디엠으로 구매 문의가 와서 컬렉터와 직거래(!)를 하게 되는 일도 있지만 작품을 판매할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는 전시에 참여하거나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첫 세일즈를 경험하게 된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작품이 판매될 경우 일반적인 수익 배분은 5:5이다. 작가는 작품을 갤러리에 위탁하고, 갤러리는 기타 비용(공간 임대료, 직원 인건비, 홍보비, 운송비, 설치비, 도록 인쇄비, 오프닝 행사 식음료비 기타 등등)을 부담한다. 아직 경력이 길지 않은 젊은 작가는 대부분 전속 갤러리가 바로 생기지는 않는다. 1-2회의 전시 이후 전속 갤러리와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러 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을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진행하게 된다. 전시 공간에 따라 전시 기간 동안만 작품을 위탁하여 세일즈를 하거나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1-6개월 정도는 전시 출품작을 위탁하여 세일즈 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정해진 규칙은 없으며 작가와 갤러리가 상호 협의하여 정한다. 여러 갤러리와 전시를 이어서 진행할 경우, 위탁 작품이 겹치지 않게 전시 가능 작품 리스트를 미리 정리하고, 이미 전시를 마친 갤러리지만 내 작품을 일부 위탁 중이거나 아트페어에 함께 출품할 계획이 있다면 이후에 전시하는 공간이 어딘지와 출품작 리스트를 공유해 둔다.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나면, 그중 가장 뜻이 맞고, 세일즈 업무를 잘 맡아서 관리하는 갤러리와 자연스럽게 전속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에서 전속 작가가 되기를 요청하기 전에 작가가 갤러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의견을 물을 수도 있다. 전속 관계는 계약을 통해 2-5년 정도 기간을 정해서 진행한다. 전속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 전시 횟수, 아트페어 참여 여부 등의 세부 항목을 적는다. 전속 갤러리는 통상 대륙별로 한 군데와 계약하여 활동한다. 예를 들어, 한국, 미국, 유럽, 중국에서 각 하나의 갤러리와 동시에 전속 계약을 맺으면 된다. 물론 상호 협의 하에 한 국가에 두 군데(서울과 부산, 뉴욕과 LA처럼)와 계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 가격은 어떻게 정하지?


아직 작품을 판매한 적이 없거나 첫 전시를 앞두고 작품 가격을 정해야 하는 경우에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작품 가격은 활동 경력과 판매 이력 등에 비례하여 조금씩 올라가게 된다. 처음 작품 가격을 정할 경우에는 전시를 하는 갤러리의 디렉터와 상의해서 정하거나, 나와 활동 경력이 비슷한 또래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벤치마킹하여 정하면 된다. 전시 횟수와 활동 기간이 늘어난다고 정기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컬렉터에게 작품이 어느 정도 소장이 되는지를 보고 천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좋다. 한 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에게 투자를 아끼지 말자


창작을 위한 영감은 갇힌 방 안에서 오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창작을 위해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도 필수적이겠지만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미식을 체험하며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비엔날레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해외 레지던시 공모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해외에서 작업을 하며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소통하며 작업세계를 확장하기를 추천한다.


영감을 얻는 것만큼 나를 위한 투자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체력 관리이다. 회화, 설치, 도예, 사진,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모든 미술 장르를 막론하고 강한 체력은 필수 조건이다. 평소에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오래 건강하게 작업할 수 있는 몸을 만들자.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미술 서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영화와 뉴스를 보며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는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민감하게 현실에 반응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젊은 작가가 평생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을 이야기해 보았다. 자신만의 독창성, 동시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소통 능력, 체력 등등.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나는 예술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타인과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한다.


13년째 젊은 작가님들과 함께 협업하며 전시와 출판을 해 온 갤러리스트의 시각에서 쓴 글이니 모든 미술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대가의 꿈을 품은 모든 젊은 작가님들을 응원하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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