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밥 먹고 갈래?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가는 만큼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미술관 건물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나 바를 가는 시간이다. 2015년에 허드슨 강변의 위치로 이전하기 전에 뉴욕의 Whitney Museum은 맨해튼 어퍼이스트 매디슨가에 있었고, 뉴욕 출장 중에 가장 먼저 찾는 곳이었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나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런치 맛집인 Sarabeth’s에서 아침을 먹으러 갔고, 높은 층고의 인테리어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파리와 런던의 미술관 레스토랑 몇 군데를 소개하고 싶다.
(whitney.org)
(사진 출처: instagram @legeorgesofficiel )
파리로 출장을 가면 아무리 바빠도 꼭 들르는 미술관 두 곳은 퐁피두센터와 팔레드도쿄이다. 퐁피두센터(centrepompidou.fr)의 루프탑에는 Georges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에펠탑을 바라보는 뷰를 가졌으며 언제나 테이블마다 길게 장미 한 송이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매우 아름답다. 지인의 초대로 운 좋게 가볼 수 있었는데 꽤 오래전인데도 당시의 인상이 깊게 남아있다.
팔레드도쿄(palaisdetokyo.com)는 늘 당시의 가장 혁신적인 개념을 지닌 전시가 진행 중인 미술관으로 1층에 들어가면 Monsieur Bleu라는 멋진 레스토랑이 있다.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 미술관(tate.org.uk)은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의 전시와 근대와 현대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레스토랑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시기에 진행 중인 전시 또는 미술관의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은 특별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예를 들어, 2020년 3월에 시작한 Andy Warhol의 회고전 중에는 앤디워홀의
작픔들에서 영감을 얻은 코스를 헤드 셰프가 기획하여 소개했으며, 2022년 11월에 오픈한 Paul Cezanne의 전시 기긴에는 ‘A Taste of Cezanne’ 이라는 특별 메뉴를 준비해, 마치 세잔의 페인팅 안에 있는 와인과 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이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점점 많은 미술관이 새로 오픈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전시의 퀄리티와 스케일도 놀랍게 진화하고 있어서 눈호강을 톡톡이 하는 중이다. 미술관을 짓는 분들은 대부분 건축에도 뛰어난 안목이 있어서 예술품을 소개하고 소장하기에 적합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 것을 보게 된다. 앞으로는 이런 멋진 공간에 예술품과 함께 미식을 즐기고, 미식과 미술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예술성이 가득한 레스토랑도 많이 생겨서 미술관이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공감각적인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럼 자연스럽게, “미술관에서 밥 먹고 갈래? “라고 인사를 건넬 날이 멀지 않았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