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30일자 뉴스레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셋둘하나, 영>입니다.
다들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코로나로 인해 타인과는 물론 가족간의 만남도 쉽지 않아졌는데요. '거리두기'를 실천한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거리감으로 인해 편해진 분도, 외로워진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라는 꼬리표가 무색해질 만큼 혼자가 낯설지 않은 우리는 서로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오늘 편지에서는
혼자 사는 이들의 안녕을 묻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도 결혼도 싫은 두 사람의 새로운 가족 만들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를 소개합니다.
2021년, 홍성은 감독, 1시간 31분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이렇게만 살아요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의 하루는 효율적입니다. 회사에 출근해 정해진대로 일을 처리하고 담배 한 대 피운 뒤 조용히 혼자 먹을 수 있는 쌀국수집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 근무를 마치면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집으로 가 저녁을 먹습니다. 이것이 진아가 선택한 효율적이고 편한 삶의 방식입니다.
진아는 친절하고 신속하게 다수의 상담을 처리해내는 유능한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이지만, 일이 아닌 타인과의 대화는 거의 없습니다. 24시간 켜져있는 집 텔레비전, 출퇴근길에 언제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 회사에서 쓰고 있는 헤드셋은 진아를 사회로부터 단절하고 방어해 주는 수단입니다. 그런 진아가 상사의 지시로 신입사원 교육을 맡게 됩니다. 친근한 태도로 다가오는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은 귀찮고 불편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 와중애 자신에게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죽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뜻밖의 죽음과 달갑지 않은 만남이 이어지며 진아의 세상은 흔들리게 됩니다.
17년 전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엄마의 임종을 지키고 혼자 지내지만 교회 사람들과 교류하는 아빠. 고향에 부모님과 친구들을 둔 채 서울로 올라온 수진. 옆집에 사는 진아에게 문득 문득 말을 걸던 옆집 청년. 결혼을 꿈꾸는 선한 이웃 청년 성훈.
혼자 살고 있는 이들이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와 기준을 찾으며 혼자 '잘'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에 귀 기울이는 영화입니다.
외출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진아의 텔레비전은 언제나 켜져 있었습니다. 진아는 문득 흘러나오는 티비소리가 거슬리는 듯 몸을 뒤척이다 일어납니다. 물끄러미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던 진아는 마침내 전원을 끄고 까만 화면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낯선 고요함을 느끼며 잠을 청합니다. 다음날 아침, 늘 어둡던 방의 커튼을 걷은 진아는 밝은 햇빛을 방 안에 허락합니다. 처음으로 방에 밝고 따뜻한 빛이 스미는 모습을 진아는 생경하게 바라보죠.
편리한 전자기기들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온전한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빼앗긴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기계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아닌 자연과 가까운 고요함. 인공적인 빛의 이미지가 아닌 자연의 채광. 세상과의 단절이자 방어막인 기기들을 끄고 나서야 진짜 홀로됨을 느낀 진아의 얼굴에는 조용한 평화가 느껴집니다.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는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중반부까지는 언뜻 지루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진아의 모습은 현대인, '요즘 젊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웃에 관심도 없고, 언제나 핸드폰을 들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개인주의적이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젊은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집세만 생각하는 집주인도, 자신의 기분과 체면만 내세우는 콜센터 고객들 역시 이기적이고 타인의 안위에 무관심한 어른들 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무관심이 기성세대라면 젊은세대는 나를 드러내지 않는 무관심을 보이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우리는 혼자 잘 살고 있는 걸까?'를 물으며 타인과 적당한 거리에서 느슨한 연대로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제시합니다. '이정도만 하고 살아요' 혹은 '이정도는 하고 살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1인 가구는 더욱 많아지고 있고 그로 인한 문제도 더욱 많아질텐데요. 우리는 모두 혼자 얼마나 잘 살 수 있을지, 남들은 잘 사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지낸 사람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가 고민이다
상실을 겪고 답답하고 화가 나는 사람
외향적인 사람
혼자 지내는 생활에 만족한다
초중반이 지루한 영화는 참을 수 없다
#넷플릭스
김하나&황선우 지음, 위즈덤하우스, 280p
우리에게는 새로운 가족의 정의가 필요하다
오랜시간 독신생활을 한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혼자는 충분히 살아보았다는 생각을 했으나 결혼을 택하기는 싫었습니다. 같은 나이,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잘 맞는 유머코드와 음악 취향 등등 쿵짝이 잘 맞는 두 친구는 함께 살기로 하죠. 여자 두명과 고양이 네마리 'W2C4'라는 분자식으로 결합된 이 공동체는 기존의 가족과 모양새는 다르지만 서로를 보살피고 의지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어엿한 가족입니다.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김하나와 황선우 작가의 짧은 글이 번갈아 총 47편 실려있습니다. 어떻게 서로 만나게 되었고, 같이 살기로 결정 했는지, 왜 망원동의 아파트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집을 구입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두사람의 생활과 주거에 관한 글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한편, 독신 여성의 혼자 살기, 이웃이자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타인이라는 세계를 만나며 겪게 된 변화에 관한 글은 공감과 감성 그리고 유쾌함을 충족시켜 줍니다. 생활과 관계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두 작가의 깔끔하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만날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중에서
이미 읽으신 분들이 제법 있을법한 유명한 책이죠. 그런만큼 재미있게 술술 읽히고, 문장의 완성도도 검증된 책인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두 분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모르셔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집과 가족(심지어 고양이까지!)에 대한 얘기를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두 작가님의 삶을 상상하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서로를 존경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고 받는 대화상대가 언제나 집에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같은 아파트, 같은 동네에 친구들이 산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이해해가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생활 에세이로의 재미도 재미지만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아온 직업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두 사람의 일에 대한 태도도 엿볼 수 있어 믿음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결혼이 아닌 새로운 공동체가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하나 작가 혹은 황선우 작가를 알고 있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이 아직 만족스럽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미니멀리스트에 청소왕인 김하나 작가와 맥시멀리스트에 쇼핑왕인 황선우 작가는 물건을 두고 충돌이 일어납니다.
"평생 그렇게 호더(hoarder)로 살아!"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싸움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굳이 따지자면 김하나 작가에 가까운데요. 적게 사고 오래 쓰는 편입니다. 청소를 그렇게 깔끔하게 하지는 못하지만요. 두 명 이상이 사는 집이라면 언제나 물건이 넘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물건을 과감히 버려야 하고 누군가는 물건을 받아들여야 하죠. 두 작가는 함께 살며 어지러운 집을 받아들이는 법과 적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두 태도 모두 공존을 위해서 필요한 태도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1년 이상 쓰지 않았으면 버리라고 말하지만 저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떻게든 사용해 주기로 했습니다. 장식용으로 샀다면 장식이 될 수 있도록 이쁘게 놓아두고 주변을 잘 정리해 두는 식으로 말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물건을 꺼내어 써보세요. 물건의 쓰임을 찾아준다면 더 이상 짐이 아닙니다. 내가 쓸 수 없을만큼 물건이 많다면 조금 비워내며 내 공간에 적당한 양을 맞춰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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