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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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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Dec 31. 2020

<프랭크 & 롤라>

이 또한 사랑이라 말해주는 영화

당신은 쉽게 사랑에 빠져요, 프랭크.
출처: 영화 <프랭크 앤 롤라>

속은  알면서도 또다시 빠져드는 게 사랑이 아닐까.


프랭크와 롤라. 겉보기에는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 균열은 처음부터 깨질 조짐을 드러냈다. 프랭크에겐 이혼이란 상처가 있었고, 롤라에게도 수치스러워 말 못 할 비밀이 있었다. 이 사람은 다를 거야, 이번은 다를 거야.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의 프레임은 이 두 사람을 어느 할로윈 데이에 만나게 하고, 셰프인 프랭크가 코스튬으로 입은 하얀 복장의 선명한 핏자국들을 눈여겨본다. 마치 그에게 어떤 치명적인 일들이 펼쳐질지를 예고하는 듯이.

자신의 눈에 한 없이 예뻐 보이던 이 여자가 약속 시간이 다 되어도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다. 일행이 있어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 말이다. 뒤늦게 도착한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망신창이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혹스러워하며 프랭크는 그녀를 걱정한다. 그녀는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다 그에게 전화가 한 통 온다. 발신자 이름엔 ‘롤라’가 적혀있다. 전화를 받아보니 한 호텔 데스크에서 그녀가 폰을 놔두고 갔다며 그녀의 애인이 맡겨두고 갔다는 말을 전한다.


프랭크는 배신감에 화를 내며 이별을 고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그를 찾아와 자신이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예전에 자기 엄마의 옛 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했고, 그때 이후로 자신이 이상해진 것 같고 모든 게 달라진 것 같다는 것이다. 프랭크는 롤라의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만남을 이어가지만 프랭크는 그녀의 상처를 알게 된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프랑스의 식당 투자자를 만나러 간 프랭크가 그곳에서 롤라에게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그 사람을 찾아가 복수하려 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잠시만 멈춰보라며 당신이 모르는 게 있다며 녹화 영상을 하나 틀어준다. 프랭크는 그녀의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프랭크 & 롤라>는 보고 나면 기분이 좋은 영화는 아니다. 구질구질하고 더럽다. 사랑이란 게 마냥 행복한 건 줄 알았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치부까지 다 낱낱이 꺼내어 보여주는 느낌이다. 치부를 드러내는 사람만 문제인가. 배신감에 몸서리치는 상대방 또한 더 이상 상냥하지 않다. 그 또한 자신이 갈 수 있는 데까지 나락으로 한 없이 떨어진다.


그런데, 진짜로 기분 더러운 건 이번에도 그런 당신에게 넘어가고 싶다는 사실이다. 사랑에 실패해도 또다시 사랑하는 것처럼. 또다시 속을 걸 알면서도 당신의 덫에 걸려 들어가는 것처럼. 다시 예전처럼 모든 걸 용서하고 이해한다고 해서 처음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어쩌면 프랭크와 롤라의 이야기는 우리가 환상에 빠져 외면하고야 마는 사랑의 아주 밑바닥, 가장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사랑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고.


출처: 영화 <프랭크 앤 롤라>

이 또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래, 사랑이다.


평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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