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남자, 필 코너스. 그는 안일하고 세상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기상캐스터인 그는 2월 2일 개최되는 성축절 취재를 위해 PD 리타, 카메라맨 래리와 펑추니아라는 마을을 가게 되지만 폭설로 인해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봄이 오는 걸 시샘하는 겨울의 장난일까.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필은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는 과연 이 말도 안 되는 마법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원인 모를 이유로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어쩐지 판타지라기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닮았다. <사랑의 블랙홀>은 24시간보다 훨씬 긴 하루를 살게 된 그가 그 시간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꽤 유쾌하게 보여주면서도 어떻게 하면 매일이 새로운 하루를 만끽할 수 있을지 대한 나름의 해답을 가지고 주인공을 기다린다.
필은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지만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하여 여자를 유혹하는 데 쓰기도 했고, 좋아하는 여자의 취향을 마치 운명처럼 보일 요량으로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그 사랑을 구걸하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싫어서 여러 번 죽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되살아나는 하루. 어느 순간부터 권태롭기 시작했던 우리들의 삶도 바로 그런 것일 테다.
꽁꽁 얼어붙었던 내일이라는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건 필이 사랑하는 것들을 온전히 솔직한 그의 진심으로 대한 순간이었다. 비단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대할 때, 사람을 대할 때의 문제이다. 매일 지겨운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더라도, 설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나의 마음이 세상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 과정에서 분명 상처 받는 일도 있고, 후회하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그 시련들을 조금만 더 극복하고 나면 내일의 나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해있을 것이다. 남들은 쉽게 힐난하고 마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꿈이라도 이 가슴에 품고 잠드는 밤은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쩌면, 필은 마법에 걸렸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필이 경험한 세상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완연하다. 오히려 이 영화 속 결말을 통해 마법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어붙은 세상을 녹일 수 있는 마법을.
일기예보는 늘 어떠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꼭 그게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러하다. 마음먹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들어맞지 않고, 내가 내 삶조차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어찌 보면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예상에서 빗나간다는 건 때때로 피곤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첫눈을 맞이 하는 감동과 황홀함처럼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인연을 만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낭만이 되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은 그 예기치 못한 우연을 만나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