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끝난다.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할 말이 많다고 하는 와타나베에게 미도리는 "너, 지금 어디야?"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묻고 와타나베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하고 생각하며 공중전화 부스를 둘러본다. 앤드루 포터의 새 소설집 『사라진 것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을 떠올린 것은 둘 다 어떤 '상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다 읽진 않았는데 눈부신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쓰던 작가가 그 마음 그대로 훌륭하게 나이가 들어 40대 남자의 상실을 아주 다른 방법으로, 하지만 너무 쓸쓸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오스틴」이나 「사라진 것들」도 좋지만 「라임」이나 「담배」 같은 초단편에도 서사가 살아 있는 게 놀랍다. 되도록 천천히 읽고 싶은 소설집인데 다른 분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권하고도 싶어서 급하게 독중감을 쓴다. 어서 사서 읽어 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