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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14. 2024

고소공포증이 있는 고양이라니!

성북동 소행성의 토킹캣 순자


며칠 전 마당에서 엄청난 소동이 벌어졌다. 순자가 마당에 나가 오수를 즐기고 있는데 동네 발정 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순자를 위협했던 것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자는 갑자기 나타난 사나운 고양이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 외부 고양이는 담벼락에서 뛰어내려 순자를 공격하려고 했다. 내가 나가서 순자를 분리하고 그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고양이는 대단한 기세로 담벼락을 뛰어오르려 몇 번 시도하다가 뒤쪽 창고를 통해 담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순자는 참으로 한심하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무서워해서 마루의 내 책상 위 스툴에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는 게 고작이다. 담을 타거나 하는 건 꿈도 못 꾼다. 캣타워 같은 게 필요 없는 집이다. 글쎄 고양이가 고소공포증이라는 게 말이 되나.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사회적으로도 높은 곳에 오르지 못했고 올라가는 데 별 관심도 없었다. 고양이는 주인을 닮는다고 하는데 순자도 주인 덕분이 이렇게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고양이가 된 걸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새벽에 그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길래 사진을 찍어두었다. 물론 순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나만 괜히 걱정이다. 순자는 잔다. 한 사흘 밤새고 일한 고양이처럼 쿨쿨 잔다. 이런 고양이는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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