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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8. 2024

‘ 작가들의 친목회’ 같았던 북토크

차무진 에세이 『어떤, 클래식』 북토크 후기

어제저녁인 2024년 6월 17일 저녁에 차무진 작가의 에세이 『어떤, 클래식』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은평한옥마을에 있는 ‘수북강녕’에 갔다. 아내는 다음 달 이사 갈 보령 집의 도배를 돕기 위해 낮에 기차를 타고 내려갔지만 나는 오늘 있을 진주문고 북토크를 준비하느라 함께 내려가지 못했던 것이다. 아내는 “하여간 당신은 일 안 할 팔자를 타고났어”라며 투덜거렸고 나도 매우 미안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곧 있을 두 번의 이사와 앞으로 보령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살게 될 새로운 삶을 생각하면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하지만 곧 에이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될 일이 안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 7시가 조금 못 되어 서점에 들어서니 이기원 작가가 나를 반겼다. 조영주 작가도 너무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했다. 사회를 맡은 박산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차무진 작가를 손짓해 불러 인사를 드렸다. 차 작가님과는 서로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보고 인사하는 건 처음이었다.


차무진 작가의 이번 책을 비롯한 ‘어떤’ 시리즈 책을 내고 있는 1인출판사 공(Kong)의 공가희 대표가 나와 인사를 하고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어떤, 클래식』은 차 작가가 작업실에서 글 작업을 하며 늘 듣는 클래식 음악들에 사연을 입혀 쓴 에세이집이다. 당연히 북토크도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컨셉으로 잡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한 동영상을 구동해 보니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었다. 차 작가가 준비한 게 너무 고사양이라 서점 시스템에서 작동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구석에서 맥주나 마시겠다던 장강명 작가가 나와서 이것저것 점검을 하고 방법을 찾았다. 평소 ‘디바이스의 왕자’ 소리를 듣는 이기원 작가는 맥만 쓰다 보니 IBM 계열엔 맥을 못 추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첫 번째 동영상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싱크에 맞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스마트폰으로 들려주는 신공을 발휘했다. 수북강녕 사장님과 박산호 작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 박수를 친 건 물론이었다.


차무진 작가는 자기가 클래식만 듣는 사람은 아니라며 최근 소설 『여우의 계절』을 쓸 때 책 제목을 레인보우의 ‘Temple of the King’으로 하려 했으나 이기원 작가 정명섭 작가 모두 그게 뭐냐고 만류하는 바람에 지금의 제목으로 정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박산호 작가가 차무진의 글은 어휘나 문체 등이 모두 독특해 그가 듣는 음악이 글에 스며든 것 같다고 하자 같이 작업실을 쓰는 노희준 작가가 “하루 종일 들어요!”라고 증언을 했다. 차무진 작가에게 있어서 음악은 공기나 일용할 양식 같은 것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사실 자신은 ’외로워서‘ 음악을 듣는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 하는 작업이며 드라마를 쓰는 것 말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직업이니까 자신은 음악과 산책으로 그 외로움을 달랜다는 것이다.


떼로 모여 있는 작가들을 보며 이기원 작가는 ‘이런 자리 아니면 만나기도 힘든 사람들’이라며 “북토크가 옛날 초상집을 대체하는 것 같아요”라는 독특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어쨌든 재밌는 질문과 대답이 많았고 중간에 정명섭 작가가 시비 거는 투로 티카티카하는 재미도 있었다. 노희준 작가와 커플인 정재희 작가가 자신은 책 읽으며 바로 웃지 않는 편인데  『당신의 떡볶이로부터』라는 엔솔로지에서 차무진 작가의 단편을 읽다가 버스에서인가 ‘현웃음’이 터졌었다는 얘기도 인상 깊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는 시간에 차무진 작가와 박산호 작가의 책들을 사서 차례로 서명을 받았다.


고우리 작가, 고나희 작가, 김봉석 작가 부부와 서상미 대표, 정해연 작가 등 이미 뵈었던 분과 새로 뵙는 분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나 “작가님, 제가 고은규예요. “라고 속삭였다. 이럴 수가. 내가 지금 재밌게 읽고 있는 『쓰는 여자, 작희』의 작가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마침 가방에 들어 있던 나의 책  『읽는 기쁨』을 한 권 꺼내 “작가님을 만나니 떨려요”라고 써서 드렸다. 차무진 작가와 장강명 작가에게 주려고 가져온 책인데 한 권을 더 가지고 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책방 계단 위 공간으로 옮겨가 맥주와 피자, 치킨 등 안주를 잔뜩 쌓아놓고 먹으며 이차를 했다. 평소 달리기 예찬으로 유명한 임지형 작가는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다른 작가와 출판인들에게 달리기의 효용성을 설파하는 것 같았고 장강명 조영주 정명섭 작가 들은 ‘누군가 죽는’ 엔솔로지를 즉석에서 기획하는 것 같았다. 작가들마다 각기 개성이 있으면서도 모두 선량해 보였다. 망설이다 온 북토크였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남들만큼 낯을 가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청산유수로 떠드는 사람은 못 되기에 조용히 맥주 마시고 치킨이나 뜯어먹다 가려했으나 차무진 박산호 정해연 김봉석 작가 들이 앉아 있는 좌석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예전 광고회사 다닐 때 이야기 등으로 ‘구라’를 좀 풀었다.


차를 가져오느라 술을 안 마신 이기원 작가가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먼저 일어섰다. 작가의 리추얼에 대헤 물었을 때 차무진 작가가 새벽 네 시 반이나 다섯 시 첫 차를 타고 길음역을 지나 덕성여대, 창덕궁까지 타고 가다 내려서 현대사옥과 인사동을 지나며 바라보던 인왕산 이야기가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어제 수북강녕에 모인 사람들만 봐도 차무진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미주알고주알 더 쓰고 싶지만 달리는 KTX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쓰는 거라 이만 줄이고 눈을 좀 붙여야겠다. 다음엔 음악이 나오는 곳에서 다시 북토크를 할 생각이라고 하니 그때도 놓치지 말고 가봐야겠다. 어제 뵌 작가분들 모두 반가웠어요. 나무꾼이 나무 하러 갔다가 작가들 친목회를 엿보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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