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는 작가에게 힐링의 시간입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아내와 대학로 동양서림에 가서 배삼식 희곡집 『1945』를 샀습니다. 1945년 한반도가 아닌 만주 장춘의 구제소에서 해방을 맞은 사람들 이야기인데 정말 재밌더군요. 저녁 8시에 김세환·김예은 배우의 이인극 《이 세상 말고》를 보러 가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길래 서점 안 테이블 앞에 앉아 그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여성분이 오셔서 제게 사인을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가볍고 유머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목마름이 있던 그분은 마침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가 눈에 띄길래 반가운 마음에 그 책을 들고 카운터로 갔답니다. 그런데 서점 직원께서 "저기 앉아 있는 분이 이 책을 쓴 작가분이에요."라고 알려 주셨다는 거죠.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기쁜 마음으로 책에 사인을 해드렸습니다. 사인을 하면서 책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책을 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책이 많이 팔려 여러 사람에게 가 닿기를 바라지만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나 파워 라이터를 제외하면 그 바람을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연히 독자를 직접 만나는 순간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한평책방 김수나 대표 주최로 김미옥 선생과 함께 양재 메이플 강연장에서 '나는 이렇게 읽는다'라는 제목의 합동 북토크를 합니다. 활자중독자이자 독서선동가를 자처하는 김미옥 선생과 '쓸데없는 글을 쓸수록 행복해진다'고 외치는 저의 격의 없는 대화이니 얼마나 재밌을까요. 더구나 강연장엔 지난 5월에 나온 『읽는 기쁨』 뿐 아니라 내일 정식 출간되는 저의 새 책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을 처음 영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저는 현재 가제본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참가 신청을 해주셨지만 50명까지 앉을 수 있는 홀이라고 하니 분명 여분의 자리가 있을 겁니다. 시간 되시는 분은 저녁에 양재 메이플강연장에 꼭 들러 주세요. 독자를 직접 만나는 시간처럼 작가에게 흥분되고 흐뭇한 순간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입니다. 미리 고맙습니다. 제게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실 테니까요. 이따 뵐게요. 오늘은 제 아내 윤혜자도 기획자이자 독자로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