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언급을 일절 하지 않는 작가에 대하여
국민일보에 보낸 칼럼에 탄핵 얘기를 너무 직설적으로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신문에 실린 다른 작가들의 최근 칼럼을 몇 개 읽어 보니 나는 완전 쫄보였다. 다들 자유롭게 친위쿠데타와 탄핵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고 그걸 읽으면서 내 칼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히 며칠 전 찾아갔던 한 작가의 페이스북 담벼락이 생각났다. 작가이면서 동시에 직장인이기도 한 그가 평소에 정치적 이슈를 담벼락에 올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온 나라가 떠내려갈 정도로 시끄러웠던 계엄 정국에도 그 담벼락은 평화롭기만 했다. 아무것도 안 올린 건 아니었다. 평소와 똑같이 음식과 술, 그리고 책 사진만 있었다. 다만 계엄령의 '계'자도 없고 은유적으로 속이 시끄러웠다거나 힘들었다는 표현도 없이 그저 '필사적으로' 평화롭기만 했다. 나는 그에게 정치적 입장을 밝히라고 훈수를 두려는 게 아니다. 다만 동시대에 같은 나라에서 호흡하며 살고 있다는 동질감 정도는 보여주는 게 작가로서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중엔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걸 극도로 조심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광고회사 다닐 때 광고주가 싫어할까 봐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전혀 쓰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취향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의 경우엔 오히려 그게 더 당연하다. 인스타그램을 비즈니스 계정으로 쓰는 경우엔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으니까(당장 아내만 해도 인스타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를 조금만 드러내도 바로 팔로 수가 확 떨어진다며 웃는다).
며칠 전 뮤지션 윤일상이 쓴 글을 읽었다. 그는 대중예술인인 자신이 사회나 정치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 '내 이웃인 서민의 삶이 안정되어야 음악과 미술, 공연 등을 즐길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반대 시 당신의 의견이 맞습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승환이나 아이유 같은 가수가 있는가 하면 임영웅 같은 가수도 있는 것이다. 다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운동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다'라는 생각만큼은 확고하다. 기계적인 객관이나 회피는 일종의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하니까. 온 인민이 다 힘들어하던 일제강점기에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고 썼던 청록파의 시가 비록 교과서에 실렸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