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립도서관의 문학 여행 6차는 탐방
보령시립도서관의 문학 여행 마지막 일정은 전남 곡성에 있는 생태 책방에 들러 김탁환 작가를 만나 한 시간 특강을 듣고 섬진강변을 함께 걷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9시 반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저는 26명의 인문학 강연 신청자에게 김탁환 작가에 대해 브리핑했습니다. "여러분, 김탁환 작가 잘 모르시죠?" 혹시 김 작가님 책을 읽으신 분 계시나요?"하고 물었더니 단 한 분 없더군요. 김탁환은 『방각본 살인사건』이나 『열녀문의 비밀』 같은 '백탑파 시리즈'를 쓴 역사 소설가임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같은 당대 이슈를 다룬 『거짓말이다』『살아야겠다』를 쓴 사회파 소설이가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같은 드라마나 《조선 마술사》 《바다 호랑이》 같은 영화의 영화의 원작자라고 소개하자 그제야 눈이 커지며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소설가이신 줄은 몰랐다며 우리가 그런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11시 40분쯤 곡성의 미실란에 가서 김탁환 작가와 함께 점심을 먹고 옆에 있는 강연장에서 특강을 들었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2018년 3월 1일 친구들과 함께 왔다가 처음 곡성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기로 아주 내려와 농사를 짓고 소설을 쓰고 글쓰기 교실을 열고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열고 그 와중에 쓴 책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들고 이동현 대표와 함께 전국을 돌며 200여 차례 북콘서트를 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이렇게 친절하게 자신들을 맞고 이야기를 해주는 게 너무 신기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날도 아침에 네 시간 동안 소설을 집필하고 내려와 손님들을 맞았다는 김탁환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내려온 곡성이지만 막상 마을 사람들과 얘기하고 마을회관에서 회의도 하면서 생태책방을 열게 되고 글쓰기 교실을 열게 되고 지역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게 된 이야기들을 하며 웃었습니다. 급기야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섬진강 영화제'까지 열게 되었죠. '한 지방을 바꾸는 힘은 그곳으로 예술가가 내려와 사는 것'이라는 경험담을 기초로 한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정말 곡성을 바꿔 나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낼 생각이 없었던 교육생들의 책도 곡성군의 지원을 받아 전주 모악출판사에서 네 권이나 펴내게 된 것은 우체국장도 경찰서장도 다 자신의 글쓰기 제자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었고요.
저는 책을 읽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지 질문했고 김탁환 작가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질문을 따라 읽는 것입니다. 궁금했던 걸 글로 쓰려면 적어도 책을 백 권은 구해서 읽어야 소설을 쓸 수 있기에 작가의 질문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 질문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사랑을 따라 읽는 것입니다. 백탑파 시리즈에는 담배를 너무 사랑하는 이옥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사람은 결국 담배에 대한 소설을 썼고, 비둘기를 너무 좋아하던 학자는 비둘기 사전을 펴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인데 이런 작가들의 사랑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런 행위는 결국 영혼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방 바로 옆에 있는 성당이 천주교 박해 때 감옥으로 쓰였던 곳임을 알고 넌 뒤 공부를 시작해 『사랑과 혁명』이라는 세 권짜리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소설가는 소설을 쓴다는 것, 그리고 소설을 써야 소설가라는 걸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엔 섬진강 장선습지를 산책하며 역사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습지 안으로 걸어가 들어 보기도 했는데 여러 사람이 줄 지어 걷는 모습과 나무로 만든 통로에서 카메라를 쳐다보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연고도 없는 보령에 내려와 이런저런 일을 기획해 보는 저와 아내에게 김탁환 작가는 롤모델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의 탐방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신 김탁환 작가님, 그리고 곡성까지 내려와 특강을 듣고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에서 여러 권의 책을 사신 참가자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로써 6회에 걸친 보령시림도서관 인문학 여행이 모두 끝났습니다. 함께 해주신 윤여정 팀장과 문정현 주무관께도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 여러분. 이제 12월 6일 도서관에서 열리는 황보름 작가 북토크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