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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늘 Mar 12. 2023

이십 대 때의 공부에 기대어

앞으로의 공부를 찾아 나간다

대학교를 2011년에 들어갔으니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대학교 입학 이전에도 공부는 했다. 하지만 주로 성적과 입시를 위한 것이었으니 진짜 공부는 아니었다. 지금의 나에게 진짜 공부는 나와 사람과 세상에 대해 배우며, 탐구하고 싶은 질문들을 찾아 쫓는 과정이다.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에 전공인 영문학과 국제학 외에도 역사학, 인류학, 여성학, 정치학 등 호기심 가는 다양한 학과 수업을 수강하고, 홍콩에서 교환학생으로 두 학기를 보낸 것이 그런 공부의 기반을 쌓은 것 같다.


나에게 대학교는 자유, 영문학, 그리고 젠더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공부와 연애의 자유를 누렸고, 영문 희곡, 소설, 시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견고해졌다.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나, 책을 즐겨 읽는 나, 공부하는 나,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하는 나. 소중히 간직하려고 애쓰는 나의 이상도 영문학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또한 여대였던 대학교는 나에게 젠더라는 관점을 소개해주어 여성의 역사, 경험, 그리고 지위에 대한 관심과 민감성을 키워줬다. 

 

홍콩에서 공부하면서 유학을 더욱더 다짐한 나는 졸업 후 법을 택해 미국 서부로 갔다. 나의 이상이 유학을 갈구했고, 나의 현실 감각이 전공 선택에 한몫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움은 인종, 섹슈얼리티, 그리고 법의 정치성에 관한 것이다. 가장 재미있었고 유익했던 수업은 두 세미나 수업으로, 그곳에서 나는 법사회학과 재생산과 유전 관련 기술의 사회적, 윤리적, 법적 영향에 대해 읽고 이야기 나누며 페이퍼를 썼다. 그리고 졸업한 지 사 년이 안 되어 나는 대학원을 다시 찾았다. 글로벌 데이터 법, 사회경제권,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플랫폼 노동 규제 등에 관한 수업을 골라 들으며 일 년의 학교 생활을 했다. 


물론 학교 밖에서도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 첫 직장이었던 비영리 단체에서 나는 사법(私法)이 공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연구했다. 두 번째 직장이었던 국제기구에서는 그 기구의 역사, 사람들, 시스템, 조직 문화 등을 익히면서 국제기구법(international organizations law)을 포함해 국제법 전반에 대해 많이 찾아 읽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식민지화와 국제법의 밀접한 관계, 국제법이 과연 국제적인가에 대한 의문, 국제법의 정치성, 그리고 국가와 평화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꼈다. 대학원 국제법 수업에서 왜 이런 중요한 것들을 안 가르쳤을까 생각했다. 


누구는 학교 안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중요한 것을 더 많이 배운다고 말하겠다. 예컨대, 연애, 우정, 직장 내 인간관계를 통해 말이다. 다행히도 공부의 현장은 가족, 직장, 독서, 유튜브 등 다양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공부에 따라 그에 맞는 공부 방식은 다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학교라는 공간과 환경을 특히 사랑해 왔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나 체력이 제한적인데, 학교에서 학생은 읽고, 쓰고, 생각하는 데 시간을 더 자유롭게, 충분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근로자로 쭉 살든 다시 학교로 돌아가든 계속 공부를 해나가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의미 있는 공부가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할 공부를 찾는 중이다. 그런 공부를 찾는 것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내가 하고픈 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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