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과 상상을 부르는 그들의 말
강금실 변호사, 박혜민 대표, 정지아 작가
이번주 목요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받았다. 친구가 카톡으로 "너도 좋아할 듯!~~"하며 철학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내줬는데, 그의 말대로 재미있었다. 신선함이 철철 흐르는 글이었다. 그렇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흥미로운 인물 세 명을 더 만났다.
먼저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이다.
“(미소 지으며) 역사 속에서 선악을 식별하려던 인간의 노력은 다 실패했습니다.”
-아... 법관도 ‘선악과’를 못 지켰다고 생각합니까?
“법으로 합의된 규범은 있으나, 내가 합의된 규범이 옳다고 주장하는 순간에도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 학살)는 일어났어요. 국가에 의한 집단 학살이 얼마나 많았나요? 선을 행하려는 의도가 악이 되는 순간이 역사에 횡행했습니다.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직업이 정치인이었어요. 히틀러, 모택동, 스탈린... 그 자신은 선을 의도한다고 했던 행위의 결과가 악이었죠.”
-핵심이 뭐죠?
“인간이 의도하는 행위가 너무 과해요.”
-‘옳다, 그르다’를 의도하는 행위, 의지적 행위가 과하다는 말씀인가요?
“네. 필요한 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반성과 성찰입니다. 하나의 담론이 지배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지와 성찰이 균형을 맞춰야죠.”
좋은 사람은 성찰하는 사람인데, 우리 학교와 직장이 좋은 사람 만들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행위는 눈에 보이고, 성찰은 눈에 안 보인다. 세고 잴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고 인정하는 사회가 성찰을 격려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언젠가는 성찰을 격려하는 사회가 올까?
두 번째는 정치 에이전시 뉴웨이즈의 대표 박혜민이다.
-탁월한 1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두면, 어떤 문제가 생기죠?
“... 내 생존을 위해 탁월함을 추구했던 사람은, 타인을 다르게 도울 방법을 몰라요. 에너지도 없죠. 그래서 도움을 청하면 ‘네가 탁월해지세요!’라고 조언해요. 그런데 탁월해지는 데 필요한 돈, 운, 시간은 평등하지 않잖아요. 생존 방식이 다양해져야 각자 당당한 시민이 되는 건데, 그 생존 방법을 사회가 다양하게 열어줘야 하잖아요.”
생존 방식이 다양하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회, 상상만 해도 좋다. 박 대표는 탁월함을 추구하면 동료를 돌보는 것이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탁월함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지적이다.
마지막 인물은 소설가 정지아다.
너그러운 평등주의자에 대한 묘사를 읽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진짜 어른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좌우에서 보아도 좋은 사람이다. 내 아버지는 깨어있는 사람이고, 편견 없는 평등주의자였다.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너그러우셨다. 코 찔찔이 코부터 닦아주고, 못생기고 더러운 아이들부터 챙겼다. 예쁜 애 예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 변호사가 이야기한 반성이 정지아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등장한다.
“가만 보면 “나야 소시민으로 살지”라며 겸연쩍어하는 변두리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대학으로 간 내 선배 한 분이 그랬다. 강사나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인사 다니거나 과한 선물을 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세웠다. 신념 가진 자가 아니라 반성하는 자들이 조금씩 세상을 바꾼다.”
반갑고 든든한 말들이 함께 한 한 주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