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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늘 Feb 10. 2023

덕을 사랑할 때 우정이 생긴다?

김영민의 '우정의 종말' (계간 <문학동네> 2022년 겨울호)

"고귀해지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그와 같은 지향을 가진 타인을 보며 경탄하는 데서 우정이 성립한다."


"심심해서 모인 친구 관계가 깨지는 것은 누군가 바빠졌을 때이다. 두 사람 간에 우정이 깨지는 것은 누군가 저열함을 지향했을 때이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가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그를 정의한다. … 덕을 사랑할 때 우정이 생긴다."


우정을 뭐 그리 대단한 것으로 한정 지어 생각하냐고, 그저 같이 있으면 대체로 즐겁고 때로 힘이 되어주는 사이면 그게 우정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단순한 친밀감과 구별되는, 김영민이 말하는 우정에 마음이 간다. 심지어 그런 우정에 욕심이 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덕을 사랑하는 마음과 선을 향한 인간의 의지를 얼마나 자주 목격하는가? 슬프게도 보고 싶은 만큼 보지 못한다. 그래서 김영민은 우정의 종말이라는 단언적인 제목을 택했을 것이다. 또 그래서 덕과 선을 이야기하고 지향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무척 반갑다. '우정의 종말'이란 글이 반가웠듯, 김장하라는 사람과 그의 사상과 태도를 다룬 김영민의 칼럼이 반가웠다. 김장하를 통해 공적 관심을 유지하고, 평등을 추구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는 선의 모습을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김영민, 정희진, 알랭 드 보통, 벨 훅스 등의 책들을 즐겨 찾고 읽는 이유도 저자들이 그 속에서 유사한 이상을 추구하고 상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책들을 읽고 있으면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일이 아름답고, 의미 있고, 가능한 일이란 느낌과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 덕과 선이 무엇인지, 어떻게 일상 속에서 그것들을 지향할 수 있는지 같이 생각하고 연습할 친구들을 내가 알아봤으면 좋겠다. 덕과 선이 흔하지 않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 해서 우리가 그것들을 지향하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더욱더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런 삶과 사회는 싫기에, 깊은 우정을 누리고 싶기에 덕과 선을 보려고 애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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