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쏭 Nov 07. 2023

거울 먼지

하나님 말씀, 그리고 나의 생각들

집에 있는 작은 전신 거울로 가끔 데일리룩을 찍는다. 토요일 외출하기 전에 사진을 찍고 일요일 외출하기 전에 또 사진을 찍었다. 거울을 닦은 지 분명히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거울에 먼지가 또 쌓여 있길래 꽤나 당황스러웠다. 사진을 찍을 때는 또 막상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사진에 먼지가 적나라하게 찍혔더라.


내 생각과 마음속 거울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분명히 주일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은혜받고 위로받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과 환경과 형편 속에서도 예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 예수 안에서 자족하는 삶. 다 가진 삶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도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만족스러운 삶이 더 놀라운 것이라고.


주일 설교 말씀을 듣고 은혜받은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금세 마음과 생각에 먼지가 가득 쌓인다.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부러워하고, 돈으로 사지 못하는 것도 부러워한다.


고독한 세상에서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사실과는 무관하게 어쩌면 나의 과한 자의식에서 비롯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 한 사람만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이 세상을 넉넉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쩌면 하나님도 그런 한 사람을 이 땅에서 계속해서 찾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 마음을 헤아리는 단 한 사람..


집에 가는 길에 남자친구를 만나고 너무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튜브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져 버린 F, 그리고 당황한 T. 그래도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참 든든하고 감사했다.


혼자서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결혼 자체에 대한 의문이 결혼을 앞두고 종종 나를 찾아왔다. 그러한 고민들로 가득했던 마음을 최근에 남자친구와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오히려 잡생각이 사라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듯했다. 이렇게 작은 순간순간을 통해서 나를 사랑해 주고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느낀다.


물론 그 모든 것들에 앞서서 하나님의 사랑이 있지만, 서로 도울 베필을 보내주신 것과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루어갈 공동체에 대한 소망이 점점 생기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이룬 것이 없어 보여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