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몬 Nov 03. 2023

지친 나도 나다


11월이다. 날씨도 추워지고 아침 해도 늦게 뜨는 마당에 잠시 쉬어가고 싶다. 


올 가을 들어서 유난히 힘들어서 잠수 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문득 들었다. 일 년 365일 중에 365일 단 하루도 집에 있는 날이 없을 정도로 매일 출퇴근, 주말에도 쉼 없이 돌아다니는 나다. 이런 내가 정말 이제는 그만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일어나서 나갈 의지가 있었더라면, 지금도 억지로 나가고는 있지만 삶 자체가 굉장히 무기력하달까. 스스로 이런 모습을 받아주기가 마음이 어려웠다. 


시험을 한 달 앞두고 불안한 마음만 더욱 커지고 공부 진도는 생각만큼 나가지가 않았다. 이번 시험부터는 객관식과 서술형이 함께 있는데 그에 따른 부담감이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계속해서 공부를 미루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회사생활은 또 어떠한가. 미소포니아라고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상이 있는데 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예민보스가 바로 나다. 세상살이와 사회생활에는 어느 정도는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는 태도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러한 '용납'의 마음가짐과 태도와 자세가 나에게서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한 주였다. 이번주에는 사무실에서 껌 씹는 소리 자체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한 것 같다. 분명히 계속해서 사과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도 또 그 상황이 닥치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하면서 내 안에 있는 악마가 자꾸만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병원을 가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스로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이 떨어져서 지금 피부 여기저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오고 있다.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알레르기 약 2알과 진통제 1알을 먹었다. 세상 예민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구가 늘 충동한다. 쉬고 싶고 다 포기하고 싶으면서도 어떻게든 나 자신을 끌고 가야지, 나니까 해내야지, 하는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존재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