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운세
검은 토끼해를 맞아 연초 두부와 푸코는 신년운세를 보러갔다.
윤보살 : 엣헴, 어서들 오게. 새해 복들 많이 받으시게. 무슨 고민들이 있어 찾아왔는고.
푸코 : 새해라서 올해 밥은 많이 먹을 수 있을 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두부 : 저는 사실 사주 이런거 싫어합니다. 쥐 때문에 십이간지에 못 들어간 억울함이 제 피에 흐르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만 믿습니다. 하지만 푸코씨가 재미로 보자고 해서 왔으니 맞춰보세요.
윤보살 : 그래, 잘들 왔네. 재미로 보는 거니까 생년월일시를 말해보시게.
푸코 : 음 정확히 모릅니다.
두부 :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윤보살 : 자네들 인상보고 얼핏 따져보니 초년운이 거 쉽지는 않았겠구먼. 둘다 고생들 어지간히 했겠어.
푸코 : 맞아요. 그땐 진짜 고생많이 했어요. 몸도 엄청 많이 아프고, 잘 먹지도 못하고 다른 개들한테 많이 물리고. 머리에 땜빵자국도 있어요.
윤보살 : 어허, 그런 거 치고는 참 밝은 친구구먼. 그나저나 흰 친구 자네도 이 누렁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쉽지 않았겠어.
두부 : 저는 어릴 때 한번 가족이랑 헤어졌었는데, 그래도 그 이후로는 잘 살고 있어요.
윤보살 : 그럼, 초년에 하는 고생은 그나마 좀 괜찮아. 여기 왔다는 건 고민도 좀 있어서 왔을 터인디 중년운이랑 말년운도 같이 봅세. 누렁친구. 자네는 중년운에 역마도 있어 이동도 잦고, 질환이 보이네 그려. 지금 건강은 좀 괜찮은가?
푸코 : 네, 이사도 좀 자주 다니고 한창 아파서 심장 쪽도 수술하고 눈도 양쪽 다 안보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적응했어요.
윤보살 : 다행이네 그려. 흰 친구는 어디보자. 자네는 잔병치레가 많진 않았는데 보니까 성인질환이랑 관절 쪽을 좀 조심해야겄네 앞으로. 원래 태생이 약간 귀도 어둡고 앞에 있는 것도 잘 안보이지?(보통 오드아이 고양이들은 청력이 안 좋다.) 그리고 생각이 너무 많아. 그러니 그렇게 예민하지. 몸도 좀 움직이고 그래.
두부 : 오, 완전 용하시네. 그런데 성인질환은 그냥 제가 뚱뚱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윤보살 : 엣헴 아니야. 둘다 최근에 대운이 들어오는 시기가 있었구먼. 아직 둘다 미혼인가?
푸코 : 예, 평생 제대로 된 연애라곤 해본 적도 없습니다. 언제부턴가 크게 흥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아마 중성화 수술 이 후 아닐까..?)
두부 : 저는 저 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츄르, 전기난로를 사랑합니다.
윤보살 : 그렇다면 이 대운이 다르게 작용됐을 게야. 자네들 근래는 근심없이 행복한가?
푸코 : 네, 저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다닙니다. 몸이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두부 : 저도요. 새로운 식구들이 많아졌는데 다들 친절하고 지내기 편해요. 뭐랄까, 제 공간이 조금 편해졌어요. 그래서 살도 더 찌는 거 같고요.
윤보살 : 듣던 중 좋은 소식이구먼. 말년운이 중요한게야. 자네들이 살아오면서 다른이에게 나쁜 짓 안하고 착하고 마음 따뜻하게 살아왔으니, 말년은 앞으로 무탈하니 편하겠어. 즐기게나 이 안정감을. 자 그럼 마지막으로 더 궁금한 것들이 있나?
두부 : 없어요.
푸코 : 아 그래서 저는 올해 식복이 좀 있나요?
윤보살 : 가. 새해복들 많이 받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 많이 쌓으시고 복 나누시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