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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Aug 08. 2022

여름에는 개도 고양이도 사람도 뒹굴러다녀요.

입추라며..

무더운 여름이 왔다. 털복숭이들에게 여름은 꽤나 치명적이다. 8월에 태어난 나도 여름이 역시나 쉽지 않다. 여름엔 산책을 하는 것도, 그저 누워있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푸코는 털이 이중 삼중으로 겹털으로 빽빽이 난 녀석이라 더욱 힘들어 한다. 얇은 털을 맞이하기 때문인지 푸코는 겨울에 비해 여름엔 외모가 한껏 못나진다. 외모와 등가교환한 시원함은 사실 형편없다. 아무리 털갈이를 한다해도 푸코의 털은 여전히 빽빽하고 따뜻해보인다.


한 때 다이소에서 파는 쿨스카프를 둘러주긴 했었지만 얼음 냉기는 푸코의 털을 뚫고 그의 살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덕분에 예쁜 스카프만 하나 얻은 채 끝이 났다. 내구성이 좋지 않아 안에 들어있던 특수물질이 터져 버리는 바람에 결국 버렸다.


처음엔 바닥을 굴러다니던 녀석은 어느새 열기를 피해 신발장에 누워있다. 집에서 유일하게 차가운 돌로 되어있기 때문인지, 현관문과 가깝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온 몸을 꼬랑내 나는 현관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다. 푸코 나름대로 터득한 여름 생존 방식일 게다.


더워서 열을 피한다


겨울만 되면 온열매트와 볕이 드는 자리를 찾아다니는 두부는 어떨까. 두부와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내는 건 처음이다. 왠지 따뜻한 걸 좋아하고 사랑할 것 같은 녀석인데, 가뜩이나 늘어지는 걸 좋아하는 두부는 여름이 되니 더욱 더 몸을 늘어뜨리고 있다. 여름은 두부의 게으름에서 발산되는 매력을 한껏 고조시켜주었다. 그리고 푸코보다 훨씬 예민하고 영민하다는 걸 여름을 통해 재차 확인한다.


수의사 선생님도 놀라신 두부의.. 게으름

우선 두부는 여기 저기 바닥을 굴러다닌다.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거실바닥을  몸으로 닦으며 먼지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다. 에어컨이 켜지지 않은 날이면 지면에서 한참 떨어진 캣타워  윗칸을 차지하고 누워있다.

두부의 조건부 사랑을   있었던 , 여름내내 두부는 매일 밤과 아침 함께 침대에서 뒹굴거리지 않는 것으로부터 확인할  있었다. 두부는 인간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가 싫었고, 뜨끈한 침대  이불이 덥다고 느꼈는지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캣타워 위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반대로 겨울엔 인간난로가 따뜻하다고 생각하는지  달라 붙어있다.)


두 녀석 모두 털옷을 두르고 있어서인지 여름을 힘들어한다. 나도 녀석들 옆에 늘어져 누워있다. 더위가 많은 셋은 에어컨을 틀고 바닥에 나란히 누워 잠시나마 행복을 만끽한다. 아 더워!


 눈 마주칠 생각 같은 건 없음.

지구가 나날이 뜨거워져서 사람만큼 축사의 동물들도, 바닷 속 동물들도 이례적인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얼른 이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바라며.


덧.

해가 뉘엇뉘엇 지고 지글지글 끓던 아스팔트 바닥이 식으면 동네엔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온 이들을 마주칠 수 있다. 다들 작렬하는 여름 볕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을 듯.


갑자기 생긴 두부의 의자 바퀴사랑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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