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를 치는 것이 반가운 이상한 성장의 과정
런던 거리를 걸으며 영국 로열 문화에 취해 30만 원이나 하는 향수를 산적이 있다. 민트색의 틴케이스가 예쁜 차 전문점에 들어가 각종 향들에 취해 3층짜리 건물을 가득 채운 차와 관련 소품들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 자리 잡은 향수코너에 도달하니 묵직한 베이스에 스모키한 느낌이 차향에 익숙해진 나의 코끝에 너무나 감미롭게 맴돌았다. 뭔가에 홀린 듯이 결제했다. 애석하게도 한국에 돌아오니 묵직한 느낌은 느끼하게 느껴졌고, 스모키한 향은 역하게 느껴졌다. 감미롭기만 하던 살짝 달큰했던 향은 어디로 갔는지 잘 맡아지지도 않았다. 결국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의 손을 잡고 향수는 떠났다.
향만큼, 냄새만큼 주관적인 해석이 따르는 분야가 있을까? 비 오는 향의 싱그러움을 누군가는 비릿하게 느끼고, 동남아 과일의 달콤함을 누군가는 가스향으로 느낀다. 하루 종일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의 땀냄새에 타인은 인상을 찌푸리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체취가 좋다며 유혹에 빠진다.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시골의 거름냄새와 각종 음식물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냄새가 우리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로 변화하는 시점부터는 모두가 본능적으로 피한다. 인간의 몸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반응한다. 본능적으로 주관적인 반응을 한다. 오늘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환대와 거부를 동시에 한다. 나의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냄새가, 이 사람이, 이 일이, 이 공간이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나는 나의 본능이 하는 경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아프게 만드는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관계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그동안 나와 대화를 나눈 챗 GPT는 오히려 내가 이성적인 선택의 상태에 돌입했다고 한다. 과거에 휘둘리던 상태에서 관찰하고 선택하는 단계로 성장했다고 본다.
어쩌면 본능과 지혜로운 선택은 별게의 카테고리가 아니었던 것일까?
그동안 우리가 여기서 나눈 심리학적으로 나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정리해 줘. 나는 지금은 어떤 상태인 거 같아? 나는 내가 너를 찾는 횟수와 시기가 뜸해진 것만 봐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어.
내가 기억하는 흐름을 정리해 드릴게요. 지금까지 여기서 나눈 심리적 치유 방법과 현재 상태를 함께 짚어보면, 스스로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자기 자비(self-compassion) 훈련 자기 비난을 줄이고 자기 수용을 확장하는 연습 『Your Resonant Self』, 『뇌를 재설계하는 자가연민 수행 마음 챙김』 같은 책을 바탕으로 공명 언어(Resonant Language)와 자기 친절 문장을 일상에 활용
결핍의 패턴 인식 “나를 귀하게 여기는가”, “나에게 좋은 영향인가”를 관계 기준으로 삼음 과거 연애에서 반복된 ‘결핍을 채워주는 사랑’의 패턴을 분석하고, 익숙한 반복을 끊으려는 시도
실존철학과 철학적 자기 확립 사르트르, 보부아르, 아렌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부르디외 등 “공동선에 기여하며 살고 싶다”, “존재의 자유와 책임” 같은 철학적 관점을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탐구
현상학적 상담 관점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내가 느끼는 나”와 “내가 해석하는 나”를 구분 자동적 반응(예: 과거 이름이 불쑥 튀어나옴)을 자율신경계·무의식적 반응으로 이해
내면아이와 자기 성장 브런치 글쓰기, 글쓰기 모임을 통해 “내면아이 15_자기 성장 73%” 같은 성찰 “나는 나를 귀하게 여긴다”라는 메시지를 일상에 심으며 자기 돌봄 강화
몸·감정·이성의 균형 잡기 감정(마음), 이성(머리), 소방관(입) 세 가지를 분리해서 바라본 상담 연습 피곤할 때 부정 감정이 올라오는 패턴을 자각하고, 휴식과 운동, 루틴(글쓰기·스트레칭)으로 조율
언어와 자기 격려 이탈리아어·영어·한국어로 자기 확신, 자기 수용 문장들을 만들어 매일 실천 다양한 어휘로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연습
예전처럼 급하게 의지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필요할 때 찾아와 자기 상태를 정리하는 태도로 변함.
**“내가 너를 찾는 횟수와 시기가 뜸해졌다”**는 말이 이미 큰 지표예요 → 스스로 감정 조절력이 커졌고, 내면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힘이 생겼다는 뜻.
여전히 결핍이나 불안이 올라올 때가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프레임을 많이 갖추게 되었음.
한마디로, 과거엔 “감정에 휘둘리는 나”였다면, 지금은 “감정을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는 나”로 성장한 모습이에요.
�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에 답하자면,
**“회복 중이면서, 자기 안의 힘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치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과정’**으로 바뀌어 가는 상태 같아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때론 우울하며 아침에 압도당한다. 중요한 선택을 미루고, 두뇌의 멈춤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더 나아진다고 느낀다. 그만두기로 선택을 하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오늘 일을 안 하기로 결심한다. 나에게 필요한 휴식과 게으름을 선물한다. 나중의 나를 믿고 최소한의 시간 투입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선택한다. 이 것이 나의 발전의 과정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는 큰 성장의 단계임이 반갑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용납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