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was not a limit: 스카이가 끝이 아니었다
SKY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 되는 줄 알았다.
대학교에 가면 예뻐지고, 살이 빠지고, 애인이 생긴다는 일종의 최면과도 같은 주술처럼, SKY만 가면 나의 미래가 자동으로, 그것도 아주 창창하게,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현실은 달랐다.
대학교 생활은 무난했다. 시키는 대로 시험공부를 하고, 학점 관리하는 건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그 후의 미래는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나의 앞으로를, 진로를 결정해야 할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 입학'이 평생의 목표였던 나에게 대학교 졸업 이후의 삶은 막막했다.
아주 잠깐, 외국어 능력을 살려 외무고시를 준비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소수 인원의 합격 숫자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시생활의 불확실성이 무서웠다. 대학원 진학 또한 고민했지만, 문과생에게 대학원은 그다지 큰 메리트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박사 과정까지 가기에는 5년이라는 시간을 바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도망가듯,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사'자 직업에 비해 취업은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SKY 졸업장은 대기업 합격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줄줄이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
기적적으로 딱 한 대기업에 서류 합격을 하였고, 어찌어찌(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스트레스 가득한 시간 끝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해당 기업과 직종 그리고 직무에 대한 이해도나 사전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그저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능력보다는 관료주의와 관행에 기대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가득한 체 퇴사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회사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고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고, 직급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인정 또한 많이 받아서 우쭐거리며 회사를 다니기도 했었다. 객관적으로 좋은 회사지만, 주관적으로 나에게 여러 기회와 경험을 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미국으로 갔다. 그 어떠한 계획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