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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여정이다

왜 IT업종은 이직이 많을까?

IT업계에서 흔하다는 이직

IT와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나는 늘 "더 나은 기회"를 꿈꿔왔다. 젊은 시절, 웹 기획자로 이 업계에 발을 디뎠을때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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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언젠가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때는 밤늦게까지 디자이너에 치이고, 개발자에게 까여도 피곤하지 않았다.


새로운 웹을 구축하고 그안에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때마다 짜릿한 성취감이 나를 채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이제 중년의 가장이 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직을 고민하는 지금, 내 안의 그 불꽃 같은 열정이 많이 사그라졌다는 것을.

꿈이 멀어질 때, 일상이 무거워진다


IT 업계는 빠르게 변한다. 개발자들에게 듣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UX 사용자경험, 새로운 트렌드가 매년 쏟아진다. 초반에는 그 변화가 즐거웠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새로운 기타곡을 타브로 익히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새로운 기술의 흐름을 익히는 데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나를 "경험 많은 PM"으로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나는 점점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더 나은 연봉, 더 안정적인 환경, 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면접에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돌덩이 같았다. 이직은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게 아니었다. 내 꿈과 열정,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자신감을 다시금 점검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IT에서의 이직, 흔하지만 왜 이렇게 힘들까?

새로운 프로젝트에 용병으로 나는 벌써 몇 번이나 회사를 옮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IT 업계는 여전히 젊은 인재를 선호하고, 40대 비전공 기획자에게는 "경험"만큼이나 "최신 기술에 대한 적응력"을 요구한다. 게다가 가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도전을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몇 달 전, 한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더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안하며, 새로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권유했다. 처음엔 가슴이 뛰었다. "이거야, 내가 찾던 기회!"라는 생각에 잠깐 설렜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고민이 밀려왔다. 겨우 적응하던 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에서 내가 정말 적응할 수 있을까? 혹시 더 많은 야근과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여기도 또라이가 많지만 거기라고 없을까? 아이들과 보내는 주말, 아내와의 저녁 시간은 또 얼마나 줄어들까? 꿈꾸던 "더 나은 삶"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작은 목표, 그리고 다시 찾아야 하는 열정

이직을 고민하며 몇 달을 보내다 보니,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 고단했고, 퇴근 후에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그러다 우연히 한 동료의 조언을 들었다. "큰 꿈이 부담스럽다면, 작은 목표부터 세워봐." 그 말은 단순했지만,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이직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기로 했다. 매일 아침 30분씩 최신 기술 블로그를 읽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짧은 산책을 하며 머리를 비웠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건, 이직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연봉이 조금 더 높거나, 회사가 더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대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들 새로운 기술 배우기, 가족과의 시간 늘리기,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서 즐거움 되찾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직은 여정이다, 종착지가 아니다

이직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년의 가장에게는 단순한 커리어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을 위한 안정, 나 자신을 위한 성장, 그리고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는 과정. 지금 나는 여전히 이직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직이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마법 같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가족과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직을 하게 되든, 지금 회사에 남게 되든, 중요한 건 내가 다시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꿈은 비록 작을지라도,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너무 큰 꿈에 짓눌리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라. 그 작은 성공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다시 열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이직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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