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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창업 스트레스

스타트업의 문제해결은 조직과 다르다.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멘토님! 아무래도 사업을 포기해야 할거 같아요."

불과 3시간 전에 컨설팅을 했던 창업자분의 뜻밖의 말이었다.


현재 시제품을 개발했지만 사업화에 법적인 제약이 있어 사업화가 힘들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개인적인 생계도 어려워질 것으로 이쯤에서 포기하고 취직을 해야겠다는 거였다.


그 이슈는 이미 서로 공유가 된 내용이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사업화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찾아보면서 사업을 지속하는 쪽으로 이미 설득한 터였다.


정부의 창업지원프로그램 중 하나에 선정되어 진행하던중 중간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협약한 사업계획서상의 개발범위에 대해서 빠진부분을 언급하고 나서 3시간동안 많은 고민을 하신것 같다.


그런 차에 창업자는 다시금 사업포기를 밝히신 것이다.


사업화도 안될 제품인데, 새롭게 빠진 범위의 개발이 너무나 부담이 된것 같았다. 단호하고, 절박하게 이야기를 하셔서 전화상에서는 설득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다음날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퇴직을 한후로 새로운 일로서 창업에 뛰어드는 시니어들이 올해부터 많아진듯 하다. 정부도 이를 위해 중장년 창업프로그램이 준비하여 시니어 창업자들이 부쩍 2~3년 전부터 많이 눈에 띈다.


창업자도 유명 통신회사에 기술직으로 30년을 근무하시고 창업을 결심하신 경우인데 일반적으로 자영업이 아닌 기술창업으로 선택하신 것은 박수를 쳐드릴만한 결정인것이다.


그러나 30년간 안정된 직장에서의 삶과 혼자 바닥에서 부터 모든일을 해야 하는 점에서 안정적인 것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스타트업은 거의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이러한 경험에서 기존의 안정된 직장에서의 환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것이다.


초기 사업계획에서의 기본전제들이 시제품을 제작하면서 환경적으로 전제가 성립이 될 수 없는 조건들에 대한 고려가 안되었거나 법적인 규제 등으로 인해 사업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예상치 않았던 일을 부딫히게 되면 우리는 기존의 자신감을 내려놓고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좌절감을 해석하는데 있어 이 좌절이 트라우마로 작용이 될지, 앞으로의 불안감이 될지는 개인의 심리 성향에 따라 달려 있다.


창업자는 사업화에 있어 법적인 규제를 극복하지 못할 장벽으로 인식한 것 같다. 그리고 현재를 판단했을때 앞으로의 더 큰 손해가 올것이라는 불안감도 더 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지금 채용한 사람도, 저도 하루종일 책상에서 앉아서 멍하니 앉아 있다."라는 말에서 일이 없는 30년간 꾸준이 일을 해오신 입장에서 현재 아이템은 좋았지만 그 아이템으로 일이 없거나 앞으로도 일이 없을 거라는 무력감이 더 해진 듯 하다.


스타트업에서의 문제해결은 직장에서의 것과는 다르다. 직장에서는 내가 온전하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스타트업은 온전하게 이 모든 문제와 문제 해결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직장과 창업은 완전하게 다른 세계이다.


창업자는 창업을 준비하기전에 이러한 경험을 누군가에서는 들었을 것이다. 혹은 다른 퇴로를 미리부터 생각해놓은 상태일 수 있다. 그분의 의견처럼 사업화가 불가능한 일을 지속할 수 없다라는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내가 대신 해주지 않을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그분이 첫만남에서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있어 주어진 정부지원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하기 위한 멘탈이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직장을 오래하신 분일 수록 이 세계가 전혀 다른 세계라는 것에 대한 선행경험이 필요하다. 출가해서 독립해서 나만의 집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처럼 창업초년생에게도 문제해결의 방식과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너무 빠른 좌절과 포기는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듯 하다. 이분이 다시 새롭게 도전하는데 있어 심리적인 장애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도 유연하지 않아 창업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에 필요한 멘탈은 실패와 좌절에 대해 마음이 좀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나이먹어서 실패를 자랑스레 이야기 하지 못하는 문화는 이런 시각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시니어 기술창업을 활성화 하는데 있어 개인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에 대한 심리적인 멘탈 강화와 위계 질서에 익숙한 기존 삶의 방식을 털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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