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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무딘남자? 내향적인 남자?

소년은 늙지 않는다

X선에 알레르기가 있어 굳이 찾아보지 않지만 "이혼 관찰 예능"이라는 자극적인 컨셉이 눈에 띄어서 찾아보게 되었다. 


방송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시각은 방송이나 영상제작의 경험이 있다면 매우 무리한 상상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 시간에 모이는 것 자체가, 그 모인 시간에서의 우연인 NG를 낼때마다의 비용적인 리스크때문에 영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은 계획되어 진것이고, 편집된것이다. 


제작진은 의도한 반응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편집이다. 


따라서 관찰예능이라는 포맷이라하더라도 작가와 감독이 머리 싸매고 궁리한 끝에 나온 컨셉이 모든 장면에 연출에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본격 이혼관찰 예능이라는 X선의 이 프로그램은 나름 흥미롭다. 


남말하기 좋아하는 수다맨들이 프레임밖에서 시청자의 감정을 해석하고 끌고 있다. 신동엽과 김원희의 케미와 매주 나오는 이혼한 연예인 1인과 전문가 한명이 같이 관찰자로 빨래터에 모인다. 


2편을 보고, 1편을 바로 찾아보게 되었다. 

익히 알고 있는 중년의 유명 연애인둘은 26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후 13년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 첫 타자는 타율이 어느 정도 보장된, 그이전에도 여타 종편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회자된 이야기들이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보는 일이 쉽지 않을것이다. 남자로서는 갓 제대해서 뒤돌아보지 않는 부대의 연병장 처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둘을 만나게 한 화제성으로 프로그램은 9%의 시청률을 찍었다.  


프로그램에서는 부부는 이혼후 공식적으로 13년만에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전처와 만난 남편은 시종일관 아이컨택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내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이고 다가서나 남편은 불편하다. 이 두사람이 결혼 생활 내내 어느정도 이런 모습이 반복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찌됐던 대화를 열어보인 아내와 달리 남편의 태도는 아직 뭔가 가시지 않은 모양새로 그려진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외부에서는 호탕하고 좋은 사람으로 대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원래는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다. 대중적으로 잉꼬 부부였던 갑자기 이혼발표를 하고 헤어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내는 보기에는 여리고, 순하지만 남편의 잘못이나 태도를 결혼내내 지적했을 것이고, 그 정도에 대해서 서로가 인정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어느 새 틀어진 관계에서 남편은 밖으로 나돌게 되고, 아내는 집안에 집중하게 된다. 남편은 남들에게 멋지고, 호탕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에 오게 되면 정반대의 질책과 추궁이 있었을 듯 하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무딘 남편으로 그려지고, 다가서는 아내에게 좀더 다가가주기를 시청자는 기대한다. 


중반정도에 러브라인을 살짝 들추어 주지만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남편의 집이 방송중에 나왔는데, 촬영기기 들의 콜렉션에 해놓았다. 


아마 그 콜렉션이 현재 남편의 일상의 힘일거라 생각된다. 세심하고 섬세한 내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때문에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촬영이라는 직무 스트레스에 집에서는 섬세하고 내밀한 일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집안일과 둘 사이의 일을 다시 가정에서 대화라는 방식으로 남편의 참여를 끌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방송내내 이영하는 무딘 남자가 아닌 아내의 소리에 갈등하는 내향적인 소년의 이미지로 느껴졌다.  선우은숙의 캐릭은 용도가 다양하지만 이영하의 캐릭은 제한적이다. 


흔히 이런 프로를 통해 방송 복귀등을 위한 전초전 삼아 뛰는 경우가 있는데, 내 관점에서는 이영하 씨가 아내를 배려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우은숙의 캐릭터를 부여해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반면 이영하는 방송에는 그다지 욕심이 있어 출연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방송 느낌이라면 내적 만족을 위한 활동과 외부 인정 활동이 엄격하게 분리되어진 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면 원래 남말을 흘려 듣는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그러나 70먹은 소년을 누가 보고 싶어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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